[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한국을 대표하는 1000만 감독들이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놓고 격돌한다. 1341만 명이 관람한 영화 ‘베테랑’(2015)의 류승완 감독과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로 1441만명, 1227만을 동원한 ‘쌍천만’ 김용화 감독이 1주일 차이를 놓고 바다 배경 ‘밀수’와 우주 배경 ‘더문’으로 맞붙는다. 26일 개봉한 ‘밀수’가 개봉 나흘만에 1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더 문’도 추격 채비를 마쳤다. 두 감독은 인터뷰에서 “경쟁도 좋지만 한국영화 시장을 위해 개봉 영화들이 고른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공통적으로 전했다.
◇‘밀수’ 류승완 감독 “처음부터 김혜수·염정아 염두...수영 못 한다 얘기에 공황 올 뻔 했죠”
“처음부터 김혜수, 염정아 두 배우를 염두에 뒀어요. 그래서 두 배우가 수영 못 한다 얘기 듣고 제가 공황장애가 올 뻔 했죠.”
지난 달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의 류승완 감독은 영화의 두 주인공 춘자 역의 김혜수와 진숙 역의 염정아를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내이기도 한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두 여배우에게 연락을 취해 한날한시에 미팅을 가졌다. 행여 두 배우가 역할을 거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역제안서와 바다영상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던 김혜수, 염정아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미리 준비한 영상을 보여줬을 때는 감동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감독은 “속으로 ‘그렇게까지 감동할 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며 웃었다.
염정아는 김혜수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 나 수영을 전혀 못하지만 세면대에 물 받아놓고 눈 뜨는 것부터 연습 중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김혜수는 “나는 영화촬영하다 공황장애를 느꼈는데 아까 물을 봤을 때도 잠시 공황증세가 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혜수 역시 대본을 읽은 뒤 공황증세를 이겨내고 출연을 결정했다.
한시름 놓은 줄 알았지만 김혜수의 공황장애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중훈련을 할 때도 물에 발을 담그자마자 공황증세를 느껴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다시 물에 발 담그기를 반복했다.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으며 노련한 류감독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국가대표 출신 김희진 코치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무엇보다 동료 해녀들의 응원이 큰힘이 됐죠. 서로 ‘할 수 있다’고 응원하며 격려해주니 어느 순간 모든 배우들이 물 속에서 아름답게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두 배우 뿐만 아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박경혜, 주보비 등도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맥주병’이었다. 류감독은 “내가 김혜수, 염정아한테만 신경 써서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두 사람도 피나는 노력 끝에 물에 뜨게 된 것”이라며 배우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밀수’는 올 여름 텐트폴 영화 중 유일하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기도 하다. 그러나 류감독은 “여성 주인공보다 해녀가 주인공인 ‘군천 활극’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감독인 류감독은 여전히 극장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그는 “글로벌 OTT업체에서 제작 제안이 와서 2주간 극장에서 상영한 뒤 OTT에서 공개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웃었다.
“저는 옛날 사람이라 극장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영화보는 경험을 중요시해요. 하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극장의 개념도 점차 변화하겠죠. 다만 가급적 제작자의 의도가 구현될 수 있는 극장에서 관람해주길 부탁드립니다.”
◇‘더 문’ 김용화 감독 “280억 ‘갓성비’로 구현한 한국형SF, 도경수 덕분에 글로벌 주목”
길이 아닌 곳을 가야 한다면 길을 내고야 마는 남자.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기록을 쓴 김용화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형 SF물에 도전한다.
다음달 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더 문’은 국내 최초로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내세운 작품이다. 제작비 280억원 중 시각특수효과(VFX)에만 61억원이 투입됐다. 한국영화로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SF물과 비교하면 ‘갓성비’라는 평가다.
“한국에서 이런 SF물을 제작하는 건 또 하나의 도전이죠. 관객들이 ‘더 문’을 통해 사진처럼 정교한 달을 큰 화면으로 누리는 시각적인 체험과 더불어 ‘위로’라는 감정을 선물처럼 받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 감독이 우주SF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EBS에 출연한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박사의 특강을 통해서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천문연 박사는 “별을 보며 오해가 생긴 사람과 소주 잔을 기울이면 모든 갈등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긴 김감독은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후반작업 때 ‘더 문’의 시나리오 원안을 받은 뒤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배경이 ‘달’인 이유는 달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감독은 “달의 인력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싫어도 마주해야 하고, 회복하지 않아도 회복해야 하는 관계를 상징하기 위해 여러 우주 행성 중 달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은 앞면이에요. 앞면은 동화처럼 따뜻하고 로맨틱하지만 보이지 않는 뒷면은 공포와 스릴이죠. 이런 양면적인 모습을 드라마와 융합시키면 관객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 여겼어요.”
과학 고증도 철저히 했다. 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으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받은 사진을 토대로 합성해 우주의 별을 표현해냈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다시금 김용화의 남자로 나선 엑소 출신 도경수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감독은 “무중력 체험에 준하는 와이어액션 훈련을 한달 가량 받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글로벌 아이돌인 도경수 덕분에 해외에서도 ‘더 문’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더 문’은 제작비가 높은 만큼 손익분기점도 600만 명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김감독은 28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도 빠듯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열정만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더 정교하고 리얼한 우주의 모습을 극장에서 보여주고 싶다. 그런 차원에서 한번 더 SF물을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더 문’ 이후 김감독의 도전은 애니메이션이 될 전망이다. 김감독은 “언젠가 극영화가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올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감정이입이 잘되고 관객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꼭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라고 했다. ‘쌍천만’ 감독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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