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완벽했다. 검은색 쌍둥이 유니폼을 입은 최원태(26)가 눈부신 역투로 ‘우승 청부사’로 꼽히는 이유를 증명했다.

최원태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전날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지 이틀 만의 출격. LG 염경엽 감독은 “막힌 혈이 뚫린 느낌”이라고 반색하며 “줄 점수는 줘도 된다고 얘기했다. 우리 타선은 (키움과) 다르므로 두세 점 줘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위기를 맞으면 차라리 실점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바람대로였다. 최원태는 5회 2사까지 14연속타자 범타 처리로 ‘LG에 없던 국내 선발’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5회 2사 후 강승호에게 좌전안타로 이날 첫 주자를 내보냈지만 양찬열을 삼진으로 돌려보내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최원태는 투구수 75개로 단 1안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 다섯개를 솎아냈다. 최원태가 ‘LG 데뷔전’을 치르자 타선은 선발전원 안타로 힘을 보탰다.

1회초 문보경의 좌월 2루타로 두 점을 선취한 LG는 2회초 홍창기의 우전 적시타로 한 점 달아난 뒤 3회 2사 1,2루에서 안타 3개와 몸에 맞는 볼 1개, 상대 실책 등에 편승해 5점을 뽑아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넉넉한 득점 지원을 받은 최원태는 최고시속 149㎞짜리 속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를 전진배치해 두산 타선의 예봉을 피해갔다. 시선을 빼앗기 위해 던진 커브와 속구와 비슷한 궤적이지만 느린데다 낙폭이 큰 체인지업을 가미해 무결점 투구를 했다.

전체 투구수 75개가운데 51개가 스트라이크였을만큼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잠실구장이 장타에서 자유로운 이점도 있지만, LG 야수들이 1회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도 도움이 됐다.

키움에서 17경기를 뛰며 6승4패 평균자책점 3.25로 뺴어난 활약을 펼친 최원태는 LG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 일약 필승카드로 자리매김했다. 평균자책점도 3.08까지 낮춰 삼성 원태인을 제치고 토종 3위, 전체 9위로 올라섰다.

염 감독은 “아담 플럿코가 감기 몸살로 등판간격을 조정해야 하는 변수가 생겼는데 (최)원태가 합류해 숨통을 틔웠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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