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기자] 향후 팀을 책임질만한 자질을 갖춘 촉망받던 유망주가 한순간에 트레이드됐다. 팀 주장으로서 담담하게 떠나는 후배에게 짧고 굵은 격려와 함께 이것저것 장비를 챙겨줬다. “꿀리지 마라!” LG 주장의 마지막 인사였다.

지난 29일 LG트윈스 이주형(22)이 키움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됐다. 이주형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자마자 잠실구장으로 향해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그때 LG 주장 오지환(33)이 구장에 일찍 나와 떠나는 이주형을 배웅했다.

지난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주형은 “(오)지환 선배님께서 ‘트레이드된 선수들의 감정을 잘 모르지만, 더 많은 기회 속에서 뛸 수 있으니 너와 (김)동규에게는 잘된 일이다. 축하한다’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평소보다 오지환이 일찍 구장에 나왔다고 한다. 이주형은 “선배가 일찍 나오셔서 내게 이것저것 장비들을 챙겨주셨다. 선배의 배트와 장갑 등었다. ‘꿀리지 말라’라며 주셨다. 또 (키움에서 뛰고 있는 김)혜성이 형에게 전화해 ‘잘 부탁한다’라고 전화해주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LG 선참 박해민도 키움 선수들에 전화해 이주형을 ‘잘 부탁한다’고 전화했다는 후문이다.

이주형은 “떠날 때 LG 염경엽 감독님은 못 뵀다. 대신 (LG) 차명석 단장님께서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 너에겐 정말 좋은 기회다. 그 기회를 꼭 잡았으면 한다’라고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차 단장의 말대로, 오지환의 말대로 이주형은 키움에 오자마자 선발 출장 기회를 부여받았다. 지난 30일 트레이드 된 직후 7번타자 좌익수로 삼성라이온즈전에 선발 출장해 첫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당시 이주형은 삼성 선발 뷰캐넌을 상대로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생산했다. 이주형은 김태진의 좌중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키움의 이날 첫 득점을 만들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이제 한 경기였지만, 이주형의 장점만 보이더라”며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주형은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안타를 뽑아낸 것에 대해 “생각보다 안타가 일찍 나와서 다행이다. 그래도 타석에서 과정이 좋지 못했다. 헛스윙 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이 많았다. 또 급한 모습이 나왔어서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경기하려 한다”고 돌아봤다.

이주형은 그 다음날은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삼성과 6회말 선발 백정현의 속구를 받아쳐 좌전 적시 3루타를 뽑아냈다. 백정현을 강판시킴과 동시에 개인통산 첫 3루타를 기록한 순간이다.

이주형은 키움에서 외야수로 출장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이주형에게 장점인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포지션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외야’라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외야수로 나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주형은 원래 내야수였지만, 내야 수비에 부담을 느껴 외야수로 잠시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나 올시즌 들어 경기 부담을 내려놓으며 다시 내야수, 특히 2루수로 뛸 계획이었다. 하지만 LG에서 2루수로 제대로 뛰기도 전에 키움으로 트레이드 됐다. 그렇게 다시 키움에선 외야수로 나선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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