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기자] “알리안츠 아레나에 상대팀은 이기러 가는 게 아니었다.”
전북 현대의 베테랑 홍정호(34)는 센터백으로 빅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2013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해 2015~2016시즌까지 총 세 시즌을 뛰었다.
팀의 주축 수비수였기 때문에 홍정호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원정 경기에도 자주 출전했다. 2013~2014, 2014~2015시즌 연속으로 알리안츠 아레나 잔디를 밟았다. 2015~2016시즌에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 직전 몸을 풀다 부상이 생겨 출전이 무산되기도 했다.
홍정호는 직접 뛰어봤기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메가 클럽의 위대함과 거대함을 잘 안다. 홍정호가 뛰었던 당시의 바이에른 뮌헨은 지금보다 강했다. 지금은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멤버도 더 화려했다. 그래서 홍정호에게 바이에른 뮌헨은 더 큰 팀으로 다가온다.
홍정호는 “사실 알리안츠 아레나에 가는 상대 팀은 이기기 위해 가는 게 아니었다. 이기면 정말 좋겠지만 지는 게 오히려 당연한 원정이었다. 내가 있던 아우크스부르크도 일단 버티자는 생각으로 전반전에 들어갔다. 만약 실점하면 감독조차 그냥 포기할 정도였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곳으로 기억한다”라며 뮌헨 원정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그래도 홍정호는 2015년5월 바이에른 뮌헨 원정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당시 홍정호는 선발로 출전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토마스 뮐러, 마리오 괴체, 티아고 알칸타라 등이 버티는 바이에른 뮌헨 공격진을 잘 막아내며 1-0 무실점 승리에 이바지한 바 있다. 홍정호도 이 경기를 잊지 않는다. 그는 “정말 버거운 곳이지만 아우크스부르크가 한 번 이긴 기억이 있다”라며 웃었다.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홍정호는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특별하게 여긴다. 그는 “정말 너무 자랑스럽다. 한국 선수가 전 세계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팀에 간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특히 수비수로서 가는 것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김민재의 이적을 높이 평가했다.
10년 전 독일 무대에 입성했던 홍정호는 “민재는 내가 먼저 잘해서 간 게 아니라고 본다. 그냥 민재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이제 유럽 스카우트들이 아시아, 한국 선수를 주목하는 것 같다. 민재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나라 수비수들도 많이 유럽으로 나가서 좋은 경험을 쌓고 실력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민재가 유럽에서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홍정호는 2018년 김민재와 호흡을 맞추며 전북의 수비 진용을 구축한 바 있다. 두 선수가 후방에서 버티던 전북은 당시 K리그1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민재의 2년 차 시절을 기억하는 홍정호는 “민재가 정말 대단한 것은 단계별로 거쳐 바이에른 뮌헨까지 갔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중국, 튀르키예와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까지 갔다. 매해 성장했다는 뜻”이라며 “민재는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발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본다”라고 후배의 독일 생활을 낙관했다.
김민재는 이제 독일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한다. 독일에서 3년간 지냈던 홍정호는 “나 같은 경우 (구)자철이 형과 (지)동원이가 있어 시너지 효과를 냈고, 잘 버텼다고 본다. 민재는 이미 유럽 생활에 적응한 선수다. 그 누구보다 적응력이 좋다. 개인적으로 첫 시즌이지만 적응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기대감을 듬뿍 표현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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