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어제는 싹쓸이 우전 3타점 적시 3루타를 뽑아내더니, 오늘은 중전 안타를 삭제하는 호수비로 모두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4번타자·중견수 신누리(36)가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여자야구월드컵(WBSC)’ 예선전에서 공수 맹활약하고 있다.

신누리는 지난 9일(한국시간) 홍콩전에서 1-2로 지고 있던 2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싹쓸이 우전 안타를 쳤다. 단숨에 대표팀이 4-2로 역전에 성공하는 ‘3타점’짜리 적시타였다. 그러나 대표팀이 7회초 빅이닝을 내주며 역전패 해 빛이 바랬다.

10일 열린 미국전에선 몸을 날리며 모두의 박수를 이끌어낸 호수비를 두 차례 펼쳤다. 앞서 2회초 무사 3루에서 미국 마르티네즈의 중견수 앞 뜬공을 한 차례 잡아낸 신누리는, 3회초 선두타자 베니테즈의 완벽한 중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내는 ‘슈퍼캐치’를 선보였다.

일순간 모두가 신누리의 슈퍼캐치에 탄성을 내지르고 박수를 보냈다. 이 호수비로 대표팀은 3회초 1실점만 한 채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타석에서도 안타를 한 개 뽑아냈다. 4회말 바뀐 투수 에카르트를 상대로 2루수 방면 안타를 성공시켰다.

경기 후 신누리는 “어제(9일)는 감이 연습 때부터 되게 좋았다. 홍콩전 두 번째 타석에 들어갔는데 2사 만루였음에도 마음이 편안하더라. ‘뭔가 될 것 같다’ 싶으면서 스윙을 했다. 타구가 배트에 맞았고, 그 맞은 타구를 내가 지켜보고 있더라. 너무 잘 맞아서(웃음).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타구가 뻗어나가자 잠시 타구를 지켜본 신누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1루를 거쳐, 2루로, 그리고 내친김에 3루까지 뛰어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신누리는 “공을 계속 보며 뛰었는데, 상대 우익수가 어깨가 좋지 않더라. 그래서 3루까지 뛰어보고 싶어서 공격적으로 달려갔다”고 밝혔다.

어제 타격에서 활약했다면, 오늘은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신누리는 “미국 선수들이 빠른 타구를 외야로 계속 날리더라. 그래서 수비 범위를 넓게 가져가자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종일 외야에서 이곳저곳 뛰어다녀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공이 되게 잘 보였다”는 신누리는 “미국 선수가 배트를 딱 휘두르는 순간, 공이 잘 보였다. 그래서 치는 순간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빠르게 달려가 덤볐다. 수비도 공격적으로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신누리는 대표팀 최선참이다. 올해로 7년 차 국가대표인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라스트 댄스’인 셈이다. 그래서 신누리는 “눈치보지 않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하고 있다. 그래서 공격적인 플레이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랜시간 대표팀을 지켜본 그는 이날 대표팀이 미국에 2회, 3회 단 1실점씩만 한 것을 두고 “경기장 전광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미국에 1점밖에 안 줬어?’ 싶었다. 우리 대표팀의 집중력이 대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전날 홍콩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1승 제물로 생각했는데 수비 실책을 연신 저지르며 자멸했다. 그런데 다음날 미국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경기를 했다. 수비 실책도 단 2개만 기록했다.

신누리는 “어제 경기는 어제로 지난거고, 오늘 미국이랑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들 열심히 했다. 미국전을 계기로 선수단에 자신감이 한층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대표팀 정근우 야수코치는 신누리의 이름이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와 비슷하다며 “누리호, 언제 발사할거야?”라며 농담을 종종한다. 그런 ‘누리호’ 신누리가,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단 두 경기 만에 훨훨 날기 시작했다. 아직 3경기가 더 남았다. 신누리의 ‘라스트 댄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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