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첫 번째 목표는 일찍이 뛰어넘었다. 이제 개인 목표가 아닌 구단 역사를 바라본다. 한국 야구가 고대했던 오른손 파워히터로 올라선 한화 노시환(23) 얘기다.

유독 부진했던 지난해를 돌아본 후 최고가 됐다. 프로 입단 2년차였던 2020년 12홈런, 3년차였던 2021년 18홈런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4년차인 2022년 6홈런으로 곤두박질쳤다. 부상 복귀 후 조급했고 삼진을 피하고 안타를 치는데 급급했다가 장점이 사라지고 말았다.

잃어버린 1년은 아니었다. 부진을 되돌아 보고 자신을 냉정히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고전이 더 높이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삼진에 대한 두려움을 지운 채 타석에 서고 슬럼프 기간에도 타격폼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스윙 궤적을 유지하며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된 노시환이다.

지난 15일까지 8월 12경기 52타석 7홈런.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치는 등 누구도 멈출 수 없는 기세로 홈런을 쌓는다. 1차 목표인 20홈런을 훌쩍 뛰어넘어 28홈런으로 홈런 부문 독주. 2위 최정과 7개 차이, 3위 박동원·양석환과는 11개 차이다.

홈런왕은 MVP 유력 후보다.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6차례 홈런왕이 MVP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2009년 KIA 이적 후 깜짝 활약을 펼친 김상현(36홈런)부터 2010년 이대호(44홈런), 2012년과 2013년 박병호(각각 31홈런·37홈런), 2018년 김재환(44홈런),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47홈런)가 홈런왕과 MVP를 두루 거머쥐었다.

페넌트레이스 결승점까지 두 달가량 남은 가운데 노시환 또한 MVP를 바라본다. 현재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치면 41홈런. 한화 구단 역사에서 40홈런 타자는 1992년 장종훈 단 한 명뿐이었다. 장종훈 또한 당해 MVP를 수상했다.

팀 성적이 아쉬울 수 있으나 지금처럼 압도적인 모습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12년 MVP 박병호의 소속팀 넥센 또한 6위(61승 69패 3무)에 그쳤지만 최고가 됐다. 2005 MVP 손민한의 소속팀 롯데도 58승 67패 1무로 5위였다.

5월부터 만든 상승기류가 한풀 꺾인 한화는 40승 52패 6무로 8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권 팀에서 노시환 정도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에서 노시환은 5.81로 독보적이다.

경쟁자는 타자 보다는 투수가 될 확률이 높다. 4위 NC 선발 투수 에릭 페디가 1점대 평균자책점(15일 기준 1.96)을 유지하고 20승(15일 기준 15승)에 성공하면 노시환도 MVP를 장담할 수는 없다. 외국인 선수가 MVP 투표에서 불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5명의 MVP 중 3명이 외국인(2019년 조쉬 린드블럼·2020년 로하스·2021년 아리엘 미란다)이었다.

더불어 아시안게임(AG)도 큰 변수다. 대표팀 소집 예정일인 내달 20일부터 항저우 AG이 끝나는 10월 8일까지 노시환은 한화 유니폼이 아닌 태극마크를 단다. AG 기간에도 정규시즌이 진행되기 때문에 노시환의 홈런 행진은 강제 멈춤이다. 페이스는 41홈런이지만 40홈런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정규시즌이 진행되는 AG 기간 거포들과 페디를 비롯한 특급 투수들의 퍼포먼스가 MVP 레이스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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