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조금 진부하긴 해도 ‘미녀와 야수’라는 표현 외에 이 두 사람을 표현할 적당한 비유가 없을 듯 싶다.

1995년 데뷔했을 때부터 2023년까지, 30여 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로 군림했던 배우 김희선과 동세대 중 가장 개성이 강한 배우 유해진의 로맨스라니. 영화 ‘달짝지근해:7510’은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단짠단짠’처럼 중독성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15일 개봉한 영화는 누적관객수 36만명으로 박스오피스 3위를 달리며 선전 중이다. 수백억대 대작들이 고전하는 최근 영화계 추이에 비추어 볼 때 그저 영화의 힘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하기 힘들다. 각각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적지 않은 나이를 자랑하는 두 주연배우는 작품에 대해 “‘중년의 로맨스’가 아니다”라며 사랑에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동시에 입을 모았다.

◇이하 유해진과 일문일답

데뷔 후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데요, 주변에 조언을 구하신 게 있나요?

-가장 중요한건 감독님과 상의하는 거죠. 치호라는 인물은 생전 처음 사랑의 감정에 빠지는 인물입니다. 큰 설렘을 느꼈을테니 첫사랑의 설렘을 떠올렸죠. 극중 ‘우리 헤어지죠’라는 일영의 대사에서 엄청 눈물 흘렸습니다. 늦은 사랑인데 얼마나 아팠을까요. 소싯적 제가 철없던 시절, 사랑에 불타오르던 때가 생각났어요. 이별할 때, 내일이고 나발이고 없는 것 같았죠. 그게 아마 제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아픔이었죠. 보통 눈물연기할 때 티어스틱이 필요한데 이 작품에서는 치호의 아픔을 떠올리니 저절로 눈물이 났어요.

영화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 이 영화가 ‘중년의 사랑’이 아니라는 겁니다. 웃음과 동시에 ‘짠함’을 느낄 수 있죠. 주연배우 때문에 중년이 봐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그냥 사랑 이야기입니다.

작품에서 잘생긴 배우들이 망나니처럼 묘사된 것도 인상적입니다.

- 제가 망나니로 나오나요?(웃음) 서울예전 재학 시절 실습시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습할 때 교수님이 저를 로미오로 발탁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로미오는 잘생겨야 한다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모두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으니 그걸 표현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셨죠.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연기라는 걸 그때 배웠죠. 이 작품도 마찬가자입니다.

연기를 하며 어려움은 없었나요?

-로맨스물은 상대배우가 중요합니다. 저도 조심스럽고 긴장을 많이 하는데 상대역인 김희선 씨가 제작진과 친화력도 좋고 밝고 긍정적인데다 현장에서 무척 잘해주셨습니다. 사랑 이야기가 엉키기 시작하면 잘 흘러가지 못하고 어려운데 김희선 씨가 없으면 현장이 다운될 정도였습니다. 행복한 작업이었죠. 김희선 씨가 워낙 잘해줘서 만약 차기작을 멜로물로 정한다면 누구랑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과거 코믹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한 적 있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기술 시사회 때 영화를 먼저 봤는데 ‘짠함’은 있는데 ‘웃음’이 고민됐습니다. 그만큼 가늠하기 어려워요. 연기할 때는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연기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철학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제 법칙이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심각하게 설명하는 거죠. 웃기려 하고 연기했다면 재미없었을 거 같습니다.

주연이라 더욱 신경쓰이는 점이 있나요?

- 네, 영화라는 산업이 많은 사람들이 관련 있는 산업이라 책임질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 여름 시장도 매우 커서 잘 살아남아야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작업은 행복했지만 개봉 후 손익을 넘길지 걱정됩니다. 국내도 그렇고 외화도 워낙 큰 작품들이 많지만 저희 같은 작품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하시는 분들께도, 관객 분들께도 여러모로 필요한 작품입니다.

정통 멜로에 대한 욕심도 있나요?

- 윤제균 감독이 시사회를 보고 3번 울었다고 말씀하시며 정통 멜로 출연을 권했어요. 웃고 말았지만 정통멜로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애잔하고 절절한 이야기, 공감되는 이야기가 있다면 굳이 멜로라는 분류를 안 해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있다면요?

- 다른 건 없습니다. 몸 관리는 매일 한번 씩 땀 흘리려고 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지방 촬영이 있으면 자전거나 운동복을 가져가서 꼭 한번 운동하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땀, 운동 때문에 롱런한다고 말하더라고요. 또, 비타민을 열심히 챙겨 먹고 있습니다.

최근 OTT 작품들이 추세인데 출연계획이 있나요?

- 없지는 않은데 오랫동안 영화 환경에 있어서 익숙해졌습니다. 영화와 같은 느낌의 작품이 있다면 저도 마다하지 않을 거 같지만 아직은 영화가 좋습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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