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우승 직후 시상대에서 자국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는 행동으로 도마 위에 오른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22일(이하 한국시간) ESPN 등을 통해 “내 행동은 잘못됐고 실수였다”며 “당시 벅찬 감정이었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외부에서는 파장이 컸다. 그 장면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좋지 않게 했다. 난 사과해야 한다. 이번 일을 통해 협회장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스페인 여자대표팀은 이틀 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1-0 신승하며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논란이 된 건 시상식. 그는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은 뒤 입을 맞췄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는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관련 질문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뒤늦게 에르모소가 “(루비알레스 회장 행동은) 친밀함의 표현이었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주요 외신은 그의 행동을 ‘성차별’, ‘성폭력’에 가깝다며 비판했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도둑 키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여자축구를 그간 괴롭힌 성차별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스페인 정부도 발끈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상대방)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 여성이 평소 겪는 성폭력과 같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궁지에 몰린 루비알레스 회장은 결국 직접 사과를 통해 상황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남녀를 통틀어)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날에 이 사태가 벌어졌다”며 자기 행동을 후회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루비알레스 회장은 앞서 일부 여자 대표팀 선수와 대립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주력 선수 15명이 호르헤 빌다 감독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고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그는 빌다 감독을 신뢰한다며 선수들에게 사실상 철퇴를 내렸다. 결국 빌다 감독은 12명의 선수를 대표팀에서 제외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며 지도력을 인정받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