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12년 전에도 그랬다. 2011년에도 한화는 하위권에 자리했고 어떻게든 최하위는 면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초유의 ‘탈꼴찌 메리트’ 얘기까지 돌았다. 꼴찌를 피하려 지금은 금지된 승리수당을 지급한다는 말이었다. 결과는 59승 72패 2무 승률 0.450. 8구단 체제였던 당시 51승 80패 2무 승률 0.389의 넥센을 제치고 최하위를 피했다.

순위표는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로 고스란히 적용된다. 역순으로 좋은 지명권을 얻는다. 2011년 7위(승률상 LG와 공동 6위. 하지만 상대 전적에서 열세)에 자리한 한화는 2012년 8월에 진행된 201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다. 현재 다시 시행되고 있는 전면 드래프트 시절이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전체 2순위는 아니었다.

신생팀 NC가 1라운드 지명에 앞서 2명을 우선 지명한 후 드래프트 라운드가 진행됐다. 12년 전 한화의 탈꼴찌 전략에는 꼴찌를 해도 전체 1순위가 아닌 실질적인 3순위 지명권을 얻는 점이 포함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2013 신인 드래프트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현재, 2011년 최하위 넥센과 7위 한화의 지명 결과는 뚜렷하게 상반된다.

넥센은 1라운드 1순위로 대전고 우투수 조상우를 지명했다. 한화는 1라운드 2순위로 장충고 우투수 조지훈을 선택했다. 지명권 순위에서는 한 단계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은 완전히 다르다. 조상우가 리그 최고 강속구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82세이브를 쌓은 반면, 조지훈은 1군에서 23경기 등판에 그치고 은퇴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화는 올시즌에 앞서 꼴찌만은 안 된다고 외쳤다. 최소 탈꼴찌를 목표로 삼았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자리해 드래프트 최상위 지명권을 행사한 만큼, 유망주도 두둑하게 모았다고 자신했다.

전반기까지는 목표를 이루는 것 같았다. 순위표에서 8위였는데 포스트시즌 막차인 5위와 2.5경기 차이였다. 5월부터 상승곡선을 그렸고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8연승도 달렸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왔다. 흔들리는 마운드와 수비로 경기력이 곤두박질쳤다.

반면 키움은 12년 전 넥센 시절처럼 꼴찌가 두렵지 않다. 그때는 최하위를 찍었으나 약 10년 동안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2017년을 제외한 모든 해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올해 목표로 삼은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핵심 선수 이정후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빠르게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24일 기준 46승 67패 3무. 9위 한화에 3.5경기 뒤진 최하위다. 꼴찌를 두려워하는 한화와 실리를 바라보는 키움 입장을 고려하면 현재 순위표가 끝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듬해 열리는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키움이 가장 앞에 있다. 2013 신인 드래프트 이후 12년 만에 최상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내달 14일에 열리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무려 14장의 지명권, 3라운드까지 6장의 지명권을 행사하는 키움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잠재력이 뛰어난 고교 선수들이 프로 무대로 향하고 있다. 키움과 한화의 앞으로 10년이 지난 10년과 다를지 지켜볼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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