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향한 배려와 선수 보호가 너무나 부족한 선발이다.

설영우(울산 현대)와 홍현석(KAA헨트)은 9월 A매치를 앞두고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U-24) 멤버이기도 한 둘은 8일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리는 웨일스와 친선경기를 마친 뒤 귀국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지인 창원 캠프로 합류할 예정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설영우와 홍현석은 웨일스전을 대비해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해 소집하기로 했다”라며 “웨일스전이 끝난 뒤 다른 선수의 부상, 컨디션, 경기력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가급적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준비를 잘해서 대회에서 목표를 이루기를 바란다”라고 예고했다.

살인적인 일정이 불가피하다. 설영우는 3일 광주FC와 경기를 소화한 후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카디프까지 가야 한다. 4일 출국해 현지에서 A매치를 소화한 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다. 불과 5~6일 사이 두 경기를 치르는데 시차가 8시간이나 나는 두 곳에서 뛴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웨일스전을 마치고 귀국해 창원까지 이동하는 것도 선수 입장에선 고역이다. 홍현석도 1일과 3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일정을 소화한 후 웨일스로 이동한다.

A대표 선수는 대표팀에서 우선 차출하는 게 자연스럽다. 문제는 아시안게임의 특수성이다. 아시안게임은 선수의 미래가 걸려 있다. A매치도 중요하지만 친선경기를 위해 무리하게 선발할 명분은 부족하다. 오로지 클린스만 감독의 첫 승을 위한 고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A매치는 10월, 11월에도 있다. 아시안컵 전까지 최소 네 차례의 A매치를 더 치를 수 있다. 반면 아시안게임은 4년 후를 기다려야 한다. 이번에 출전하는 선수는 나갈 수 없다. 병역 혜택이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 축구의 중요한 자원을 위해서는 금메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선수는 부상 위험을 안고 뛰지만, 굳이 무리할 일정으로 몸 상태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것은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칫 두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선수 개인과 팀 전체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게 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특수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황선홍호는 와일드카드가 합류해 제대로 손발을 맞춘 적이 없다. 설영우는 와일드카드다. 홍현석은 해외파라 국내 선수와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하루라도 빨리 팀에 합류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해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3월, 6월 A매치에서 승리하지 못한 점, 클린스만 감독이 재택근무 논란 속 이들을 대체할 K리그 선수 풀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이 무리한 선발로 이어진 형국이다. 설영우와 홍현석은 중요한 자원이지만,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클린스만 감독이 최대한 많은 선수를 관찰하고 경험해 제대로 된 실력을 파악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당장의 1승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 어쩌면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도 모르는 악수가 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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