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래원 씨 저는 자신있어요.”
제작발표회의 호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연기대상은 이미 따놓았다. 적수없는 연기의 신, 배우 남궁민이 MBC 금토드라마 ‘연인’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연인’은 12.2%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전 채널 1위, 금토드라마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인’을 방송하는 MBC도 모처럼 생기를 띈 모습이다. ‘연인’ 전작 ‘넘버스:빌딩숲의 감시자들’의 최고 시청률은 4.7%. ‘조선변호사’의 최고 시청률은 4.4%. ‘꼭두의 계절’ 최고 시청률은 4.8%였다. 4%대를 전전하던 MBC 주말드라마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건 ‘연인’이 처음이다.
‘연인’은 조선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표방한다. 마거렛 미첼 작가가 집필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철없지만 정열적인 미녀 스칼렛 오하라와 이념보다 실리를 앞세운 상인 레트 버틀러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연인’ 역시 배경은 병자호란이지만 그동안 사극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내세웠던 ‘삼전도의 굴욕’보다 당시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남궁민이 연기한 이장현은 성리학을 근본으로 하는 조선에서 실리와 사랑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여주인공 유길채(안은진 분)가 사모하는 선비 남연준(이학주 분)이 종묘사직과 임금을 위해 전쟁에 나가는 것과 달리 이장현은 “백성을 버린 임금을 왜 백성들이 구해야 한단 말이냐”라고 반문한다. 전체주의적인 국가관에서 벗어나 개인을 중시하는 조선판 MZ세대인 셈이다.
남궁민은 출중한 인물해석능력으로 이장현의 실리주의를 표현했다. 마음에 품은 길채 앞에서는 능청스러운 사내였다가 학주와 이념을 놓고 대립할 때는 논리와 카리스마로 무장한다.
KBS2 ‘김과장’(2017), SBS ‘스토브리그’(2019), MBC ‘검은태양’(2021), SBS ‘천원짜리 변호사’(2022)까지 매 번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갱신했던 남궁민이 다시 한 번 ‘남궁민 신화’를 써내려갔다.
‘연인’의 인기가 치솟는 것과 달리 경쟁작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도 시청률 상승에 한몫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극중 주요인물인 손호준이 3회만에 사망하면서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여주인공 한지민이 엉덩이를 만지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설정으로 성추행 논란을 빚었던 JTBC ‘힙하게’ 역시 불쾌하면서도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5%대 시청률을 전전하고 있다.
다만 유길채 역의 안은진 연기는 여전히 도마 위에 올라있다. 유길채는 빼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을 뽐내는 인물이지만 그의 캐릭터 해석능력은 여전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추미나 선생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인’이 2일 10회로 파트1을 마무리하고 10월 중 파트2를 방송하는 만큼 안은진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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