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해고될 줄 몰랐다. 부당하다.”
지난달 막을 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호르헤 빌다 감독이 스페인축구협회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것에 이렇게 말하며 맞섰다. 스페인 ‘마르카’지 등에 따르면 그는 6일(이하 한국시간)스페인 라디오 프로그램 ‘El Larguero’ 등을 통해 협회 결정에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챔피언이 된 뒤 해고될 줄 몰랐다”고 말한 빌다 감독은 “나는 이미 팀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리고 있었다. (유럽) 네이션스리그와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팀을 지도하고 싶은 힘과 열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스페인축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빌다 감독이) 재임 기간 이룬 성공에 감사하다. 협회는 여자 대표팀 발전을 이끄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의 퇴진을 발표했다. 빌다 감독과 이별 사유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빌다 감독의 경질이 전대미문의 ‘키스 스캔들’로 직무정지를 당한 루이스 루비알레스 현 회장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자국 선수인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가 전 세계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에르모소는 직후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으로 팬과 소통하다가 루비알레스 회장의 ‘기습 키스’ 얘기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에르모소가 가입한 선수 노동조합 ‘풋프로’는 나흘 뒤 성명을 내고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위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 정부 핵심 요원도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애초 사과 뜻을 보였으나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에서 조사에 착수하자 협회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법적 맞불’로 대응할 뜻을 품었다. 결국 FIFA는 그에게 ‘90일 직무 정지’를 내렸다.
빌다 감독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오른 팔’로 불려 왔다. 지난해 9월 대표팀 내 15명 선수가 빌다 감독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으며 ‘훈련 보이콧’을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 루비알레스 회장은 빌다 감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시 보이콧 멤버 15명 중 12명을 제외하고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등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또 루비알레스 회장이 ‘키스 스캔들’에 휘말린 뒤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했을 때 빌다 감독 역시 지지의 뜻을 보였다.
스페인 남녀 대표 선수들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국제대회에 불참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내부 개혁이 불가피한 가운데 협회는 빌다 감독을 경질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몬세르타 토메 코치가 빌다 감독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스페인 여자대표팀 사상 첫 여성 사령탑이다. 빌다 감독은 억울함을 강조하면서도 토메 신임 감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난 그를 축하했다. 아주 감독 역할을 잘할 능력을 지녔다. 토메가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 스타일과 여러 노하우를 남겨둔 상태다. 그가 잘 활용하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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