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 2월27일 클린스만 감독을 한국 A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평가 기준으로 꼽은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 워크 능력, 환경적 요인’ 5가지에 그가 부합한다고 했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거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도 지난 3월9일 파주NFC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상주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한국에 상주한다. 난 (축구를 통해) 운 좋게 여러 나라를 거쳤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사람, 문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6개월 만에 말을 바꿔 또다른 논란에 직면했다. 부임 기간 한국에 머문 기간이 2개월도 안 돼 ‘외유·근태 논란’이 불거진 그는 9월 A매치 기간 영국을 찾은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KFA) 다수 관계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클린스만 감독이 해외에서 지내는 것도 대표팀을 위한 것임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 섞인 발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계약서상’, ‘원칙적으로’ 한국에서 장기간 지내야 할 이유가 없고, 그것을 언급한 사람도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내 다수 축구인과 팬이 클린스만 감독의 국내 상주 약속을 어긴 것에 반기를 드는 건 업무 태도와 결과물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K리그 등 국내 경기를 자주 지켜봤고 선수를 살폈다고 주장하나, 이제까지 K리그 1부 10경기, 2부 1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한 게 팩트다. 차두리 코치에게 사실상 K리거 관찰을 맡기고 선수 선발에 크게 관여할 구조를 만들었다. 이제까지 치른 5경기(3무2패)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보고 뽑은 선수가 많지 않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있다.

자택이 있는 미국에 주로 머무르며 유럽으로 날아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파를 관찰한 얘기를 종종 나열하지만, 이들은 누가 지휘봉을 잡든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력 요원이다. 스스로 내년 1월 아시안컵을 넘어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미래 지향적 그림을 그린다고 했으면 최소 부임 초기 국내에서 다양한 선수를 보고, 지도자 및 축구인과 소통해야 한다.

대표팀 사령탑을 경험한 한 축구인은 “국가대표 감독은 소집 기간에 한정해 지도하기 때문에 선수나 경기를 남보다 두 세배는 더 현장에서 지켜보고 연구해야 한다. 그것은 어느 나라든 기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붓듯 9월 유럽 원정 기간에도 온갖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웨일스전에서 또다시 색깔 없는 전술을 펼치면서 한국 사령탑 데뷔승에 실패했는데, 경기 직후 아들 선물이라며 상대 선수 애런 램지에게 유니폼을 요청, 거리낌 없이 자랑하다가 뭇매를 맞았다. 또 A매치 기간인 지난 10일 런던에서 열린 친정팀 바이에른 뮌헨-첼시의 레전드 매치 출전을 고려했다가 악화한 국내 여론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 정도면 그저 ‘마이웨이’가 아니라 본분을 망각한 ‘멋대로 행보’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뮐러 위원장을 비롯해 KFA 핵심 인력 누구도 클린스만 감독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의 선임에 결정적인 입김을 불어 넣은 정몽규 회장에게 비난 화살이 옮겨지고 있다.

13일 오전 1시30분 영국 뉴캐슬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두 번째 A매치 친선전은 어쩌다가 단두대 매치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한국이 ‘클린스만 리스크’와 더불어 정체기를 걷는 가운데 일본은 10일 독일 원정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진일보한 경기력을 뽐냈다. 독일축구협회는 일본전 대패 이후 한지 플릭 감독을 경질했다. 지금 당장보다 아시안컵을 겨냥한다는 클린스만 감독 바람과 다르게 사우디전에서도 승리를 얻지 못하면 그 역시 ‘경질 각’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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