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몬스터’가 있어 수비에선 걱정이 크지 않았다.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는 13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1-0 무실점 승리에 이바지했다.

김민재는 포백의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해 수비를 진두지휘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오른쪽 센터백 정승현과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의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두 선수는 수비 지역에서 패스 미스를 자주 해 공 소유권을 상대에게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역습이 좋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당할 수 있는 전개였다.

하지만 김민재는 견고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진의 전진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넓은 활동 반경을 커버했고,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의 돌파를 돌려세웠다. 수세에 몰렸던 후반 막판에는 몸을 날리는 투혼까지 발휘해 기어이 무실점을 기록하는 데 앞장섰다. 전력이 떨어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김민재는 극복이 불가능한 수준의 ‘벽’이었다.

김민재는 후방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구실도 했다. 특히 후반 3분 장면이 백미였다.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을 향해 ‘대지를 가르는 땅볼 패스’를 연결했고, 이후 이재성의 날카로운 슛까지 이어졌다. 이후 김민재는 왼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돌파로 코너킥을 얻어내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김민재는 지난 8일 웨일스전에서도 선발로 나서서 무실점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안정적인 수비에 손흥민에게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며 팀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은 9월 열린 A매치 2연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두 경기 1득점에 그칠 만큼 공격력은 살아나지 않았지만 수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하는 포백의 안정감이 돋보인 2연전이었다. 김민재가 없었던 지난 6월과는 확연하게 대조되는 경기력이었다.

김민재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나폴리를 떠나 독일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기초군사훈련으로 인해 프리시즌 훈련을 늦게 시작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컨디션을 정상궤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개막 후 세 경기에도 모두 선발 출전하면서 팀에 녹아들고 있다.

2022~2023시즌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끈 김민재는 발롱도르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센터백 후보는 김민재와 더불어 후벵 디아스, 요슈코 그바르디올(이상 맨체스터 시티) 등 세 명뿐이다. 의심의 여지 없는 ‘월드클래스’ 수비수로 도약해 클린스만호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로해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이탈리아 언론 일 마티노의 프란체스코 데 코어 기자는 최근 나폴리의 상황에 관해 “김민재의 부재를 명확하게 느낀다”라며 “김민재는 동료의 능력에도 도움을 주는 선수였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A매치 2연전을 보면 김민재가 왜 이런 평가를 받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차원이 다른 센터백 한 명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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