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에서 나온 한국대표팀 권순우(26·당진시청)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스포츠계가 시끌벅적하다. 권순우는 경기에서 패배한 뒤 라켓을 수차례 내리쳐 부수고, 상대 선수의 악수요청을 무시한데 더해 심판과의 악수도 거부했다. 더욱이 신사스포츠의 대명사라던 테니스에서 나온 장면이다.
권순우는 지난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에게 세트스코어 1-2로 패배했다. 그런데 경기 후 보인 그의 행동이 문제였다. 권순우는 라켓을 코트 바닥에 수차례 내리치고도 화가 덜 풀렸는지 부러진 라켓으로 의자를 때리며 과격한 행동을 이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사하기 위해 기다리다 오지 않자 직접 걸어와 악수를 청하던 상대선수를 철저히 외면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심판에게도 인사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화가 나면 라켓을 부수긴 하지만 상대선수와의 인사나 악수는 반드시 한다. 이는 테니스의 기본예절이기 때문.
비단 테니스만이 아니다. 어느 종목이든 그 바탕엔 ‘스포츠맨십’이 있다. 스포츠맨십은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편을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경기정신을 말한다.
더군다나 ‘47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아시안게임에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서 아무리 화가 나도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권순우는 경기 다음날 상대선수를 찾아가 사과를 하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자필 사과문도 냈지만, 국민들의 공분을 달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경기정신은 e스포츠도 잘 알고 있다. 백 마디 말보다 딱 한 장면으로 보여줬다. 한국 e스포츠에 첫 메달을 안겨준 ‘FC 온라인’ 국가대표 곽준혁(23·KT 롤스터)의 훈훈한 이야기다.
곽준혁은 27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e스포츠 ‘FC 온라인’ 패자부활전에서 태국의 파타나 삭 워라난에게 세트스코어 1-2로 패배했다.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섰던 곽준혁은 동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를 마감했다.
그런데 경기 후 곽준혁의 행동은 권순우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곽준혁은 힘껏 포옹하며 상대선수의 승리를 축하해줬다. 비록 금빛목표에 닿지 못해 속상했겠지만, 그가 보인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만큼은 금메달을 줘도 아깝지 않다.
혹자는 e스포츠를 두고 ‘무슨 국제대회에 게임이 들어가나’라며 폄하한다. 스포츠가 아니라고도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꽤 많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그들에게 오히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실수가 반복돼선 절대 안 된다. 한순간 잘못된 행동의 책임을 크게 느꼈을 권순우가 e스포츠에서 배웠으면 한다. 실력과 인성은 비례한다는 것을 말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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