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2m37, 파리올림픽까지 그 기록을 꼭 넘을 겁니다.”

졌지만 꺾이진 않았다. 오히려 즐거운 듯 활짝 웃었다. 그렇게 우리네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은메달’의 아쉬움보다 자신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희망을 노래했다.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우상혁은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35를 넘지 못하고 바르심(2m35)에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2002 부산 대회에서 이진택이 높이뛰기 금메달을 목에 건 후 21년 만에 ‘금빛도약’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이날 우상혁은 예고됐던 대로 ‘강적’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막판까지 경쟁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2m33까지 모두 1차시기에 가볍게 성공했다. 마지막 2m35에서 우상혁은 1차시기를 실패했고 바르심은 성공했다.

이때 우상혁은 2m37에 도전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개인 최고 기록인 2m36을 넘어선 도전이었다. 역시 2m37의 벽은 높았다. 두 사람 모두 실패했고, 결국 2m35를 성공한 바르심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우상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분명한 것은 5년 전 그는 2m28을 겨우 넘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2m33도 가뿐했다. 지금은 실력과 입지 모두 달라졌다는 것을 입증한 셈.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우상혁은 “결승에 왔을 때 2m33을 1차시기에 넘는다는 데 제일 집중했다. 그 다음 2m35를 어떻게든 넘고 2m37을 통과해 내 최고 기록까지 세우려고 생각했다”며 “아쉽지만 내년 파리올림픽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흥미롭고 재밌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힘줘 말했다.

‘금빛도약’의 최대 경쟁자였던 바르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의의 경쟁 속에서 서로 간의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그는 “바르심도 나를 의식 많이 했을 것이다. 내가 첫 번째로 뛰었고 뒤에 바르심이 뛰었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가 난 것 같다. 서로 경쟁심을 끌어 당기면서 1차시기에 넘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2m35도 집중해서 1차시기에 넘었어야 했는데 아쉽게 못 넘었다. 2m37을 도전했을 때 넘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그 기록은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에 어찌 됐든 파리올림픽까진 그 기록을 꼭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판단했을 때 5년 전 은메달을 땄을 때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상혁은 “그땐 정말 억지도 뛰었던 것 같다”고 소회하며 “높이뛰기는 내가 좋아하는 종목이지만 5년 전에는 강박과 압박 속에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여유롭게 즐기면서 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웃음)”고 환하게 웃었다.

값진 은메달로 대회를 마감한 우상혁의 다음 시선은 올림픽으로 향한다. 도쿄올림픽에서 그는 4위로 마감했다. 지금은 실력과 입지 모든 것이 달라졌다. 파리올림픽에서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정조준 하고 있다.

그는 “파리올림픽까지 이제 300일도 안 남았다. 다시 준비를 철저히 해서 바르심과 마르코 템베리(이탈리아) 등 다른 선수들이 나를 무섭도록 만들 계획이다”며 “이번 대회는 내 것을 후회 없이 하고 바르심 선수와 경쟁하려고 왔다. 바르심과 최종 높이에서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다. 나의 승부욕을 더 불태워 줄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한다.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라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상혁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했다. 2m37이든, 2m40이든 끊임없이 도전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작년보다 올해 메이저대회 성적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도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 잘 준비해서 파리올림픽까지 해 볼 생각이다”며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넘을 것이라 생각하고 2m37이 됐든, 2m40이든 다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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