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한국시리즈 엔트리도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피칭이었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비중을 둔 선발 등판이었다. 이듬해 선발 오디션에 앞서 정규시즌 막바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다. 2024시즌 예고편이 아닌, 2023 한국시리즈(KS) 본편이 될 수 있다. LG 좌투수 손주영(25) 얘기다.

올해 첫 1군 등판부터 청신호를 밝혔다. 손주영은 지난달 9일 KIA와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1.2이닝 3실점(1자책)에 불과했으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팔꿈치 수술 후 치른 첫 1군 등판에서 속구 평균 구속 145㎞를 찍었다.

지난해 4월 6일 고척 키움전에서 최고 구속 149㎞, 6이닝 1실점이 신기루가 아님을 증명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KIA전 손주영의 투구에 대해 “공 자체는 좋았다. 운이 따르지 않은 면도 있었는데 다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손주영의 다음 등판을 예고했다.

손주영은 염 감독의 예고대로 이후 두 차례 더 1군 마운드에 섰다.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음에 따라 지난 10일 잠실 롯데전에서 다시 1회부터 마운드에 섰고 5이닝 무실점했다. 이전 2경기보다 제구가 안정됐고 두 번째 구종인 커브의 위력도 뛰어났다.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수정하고 메커닉에 변화를 준 게 적중했다. 전날 11안타 8점을 뽑은 롯데 타선이 손주영 앞에서는 침묵했다.

구단 내부에서는 모두가 성공을 확신하는 투수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 신장 191㎝ 장신의 왼손투수로 특출난 회전수를 자랑한다. 신장을 살려 구사하는 커브 또한 타자에게 까다롭게 다가온다. 훈련 자세도 좋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좌절보다는 희망을 바라보면서 순조롭게 재활을 마쳤다. 손주영은 지난 2월 재활 중임에도 1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다른 투수들처럼 불펜 피칭에 임하지는 못했으나 좋은 환경에서 재활에 임하라는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배려였다.

본격적인 시작점은 2024시즌이다. 그런데 정규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다. 염 감독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손주영의 KS 엔트리 진입을 고민하고 있다. 염 감독은 롯데전 후 방송 인터뷰에서 “KS 엔트리도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피칭이었다”고 손주영의 호투를 평가했다.

수준급 투수가 많은 LG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지는 않다. 아담 플럿코가 없는 선발진이 그렇다. 케이시 켈리, 임찬규, 최원태, 김윤식, 이정용 중 4명이 KS 선발진을 이룰 계획이다. 여전히 재활 중인 플럿코가 KS 마운드에 설 확률이 희박한 만큼 백업 플랜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가 초반부터 고전할 경우 +1으로 기용할 투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두고 고민을 이어간다. 김윤식과 이정용 중 한 명이 불펜진에 합류할 계획인데 손주영 역시 또다른 +1이 될 수 있다. 롯데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KS에서 재현하지 못한다는 법도 없다. 손주영이 아직 타자들의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분명한 강점이다. 높은 타점에서 형성되는 최고 2600 RPM(분당회전수) 속구와 폭포수 커브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LG는 오는 19일부터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KS 대비 합숙 훈련에 들어간다. 실전 위주로 KS를 준비한다. 이 자리에서 손주영도 있을 전망이다. KS 엔트리는 30명(28명 출전)으로 구성된다. 보통 투수 14명, 야수 16명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데 엔트리 경쟁 또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4번째 투수 후보군인 손주영 외에 신인 김범석도 16번째 야수로 최종 무대 승선 가능성이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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