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여자월드컵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 자국 축구협회 회장의 ‘강제 입맞춤’ 논란에 휘말린 스페인 여자 축구국가대표 헤니페르 에르모소(33)가 대표팀에 복귀했다.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몬세 토메 감독이 강제 입맞춤 논란에 휘말린 뒤 부담을 느낀 에르모소를 지난달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았는데, 10월엔 호출했다. 스페인 대표팀은 27일 이탈리아, 31일 스위스와 여자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를 치른다.

스페인은 지난 8월20일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누르고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이 시상자로 나섰는데 여러 선수와 진한 포옹을 나누더니 에르모소 차례에서는 얼굴을 부여잡고 입을 맞췄다. 에르모소는 직후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기습적인 입맞춤을 묻는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태는 일파만파였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물론 유엔(UN) 관계자도 공식 성명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문제삼았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애초 사과 뉘앙스를 풍겼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조사에 나선 뒤 태도를 바꿨다.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결국 FIFA가 사건 조사에 나섰는데, 루비알레스 회장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적반하장격으로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법적 맞불’로 대응할 뜻을 품었다. 이후 FIFA 징계위는 규정 51조를 토대로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간 축구에 관한 어떠한 활동도 금지하는 징계 조처를 확정했다.

그러다가 이달 초 에르모소가 루비알레스 회장을 고소한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10일 스페인 방송 ‘텔레싱코’는 스페인 검찰이 지난달 8일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장을 성추행으로 기소한 뒤 에르모소로부터 받은 진술 내용을 단독 입수해 내보냈다. ‘텔레싱코’는 에르모소가 검찰 측과 만나 진술할 때 녹음한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월드컵 메달을 수여되는 무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스페인축구협회 직원 누구도 나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월드컵 시상 당시) 난 감격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이 그렇게 할 이유는 없었다”며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나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믿었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난 그의 행동을 용서한 기억이 없다. 늘 선수로, 사람으로 존중받는다고 믿었다”며 루비알레스의 행동을 꼬집었다.

애초 스페인 여자 대표 선수들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대표팀 소집을 보이콧했다. 지난달 RFEF 관계자와 선수들의 협상을 거쳐 다수 선수가 소집됐는데, 이달 에르모소까지 합류하기로 했다. ‘키스게이트’로 번진 사건은 정리되는 분위기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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