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의 승패는 노림수가 결정 짓는다. 투수와 타자의 유연성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2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도 마찬가지다.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준PO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SSG 엘리아스와 NC 신민혁은 경기의 무게감만큼 집중력 있게 투구했다. 엘리아스는 8회까지 88개를 던졌다. 완투가 가능한 흐름. 그래서 김원형 감독은 7회에 이어 8회에 교체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이날 엘리아스는 초반 3~4회까지의 투구 템포가 워낙 빨랐다. NC타자들을 압도했고 주눅들 정도로 윽박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감독 입장에선 계속 믿고 맡기는게 확률적으로 맞다.

그런데 단기전 특성상, 승부를 가르는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렸다. 투수들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타자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야 승산이 생긴다. 엘리아스는 8회까지 초구로 속구 15개, 체인지업 12개, 슬라이더 1개를 선택했다. 거의 절반의 확률이다. 그렇다면 타자들은 어떤 구종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김성욱은 체인지업에 노림수를 뒀다. 그리고 노렸던 그 구종이 거의 한 복판에 형성됐고 균형을 깨는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엘리아스를 무너뜨린 한방이다.

엘리아스가 김성욱에 앞서 상대한 두 타자와의 승부에 답이 있다. 엘리아스는 서호철과 김형준에겐 초구 승부구로 모두 빠른공을 선택했다. 수읽기를 하며 기다리던 김성욱은 체인지업 승부를 예상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

대척점의 NC 선발 신민혁은 엘리와스와 다른 유형이다. 정교함이 무기다. 장점은 시즌중에도 40% 이상의 비율을 가져간 체인지업. 신민혁의 체인지업은 터널링 구간이 속구와 일치하는데, 그 강점을 준PO 1차전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기에 벤치의 투수교체도 적절했다. 강인권 감독은 욕심내지 않고 5회 좌타자 한유섬 승부에서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5.2이닝 87구. 강 감독은 신민혁의 이날 투구수를 그 정도로 계산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기전에서 승부의 추는, 타자 입장에선 노림수고 투수는 실투를 피하는데 있다. 타자들은 한타석 정도 돌면 상대 투수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투수들이 구종 선택 및 제구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PO 1차전 승부처는 강인권 감독이 대타 김성욱을 선택한 순간이다. 그리고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마찬가지로 경기 종반 박민우의 3루 도루라고 할 수 있다.

박민우의 3루 도루는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주자가 3루에 가면, SSG는 1점을 주면 안되는 상황에서 수비 진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후속타자 마틴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박민우를 홈으로 불러들인 배경이다.

앞으로 남은 준PO에서 박민우의 3루 도루가 계속될지 매우 궁금하다. 상대 투수는 진영 전체를 뒤흔드는 박민우의 도루를 막기 위해 견제 뿐 아니라 투구템포도 바꿔야 한다. 같은 호흡과 박자로 투구하면 박민우에게 읽힐 것이다. 방심은 곧 박민우에게 기회다. 이미 2번의 3루 도루로 입증했다.

SSG는 패했지만, 9회 추격의 2점을 만들었다. 전광판에 1-4가 아닌 3-4를 찍으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준PO 2차전에선 기세등등한 NC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SSG의 격돌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이다.

스포츠서울해설위원·체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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