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공수가 두루 뛰어난 센터라인을 구축해야 강팀이 된다. 우승을 차지하거나 왕조를 이룬 거의 모든 팀이 그렇다. 수비만 잘하는 선수로는 정상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NC의 가을은 밝게 빛나고 있다. 미래 핵심 선수들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잠재력을 증명했고 그 기세를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 간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NC다.

NC에 있어 낯선 일은 아니다. 2013년 9번째 구단으로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순간부터 그랬다. 중견수 자리에 타자로 전향한지 얼마되지 않은 나성범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이듬해 나성범은 30홈런 타자로 올라섰고 2루 자리에는 박민우가 주전으로 도약했다. 2014년 30홈런 중견수와 50도루 2루수가 팀의 미래를 밝히면서, 1군 무대 2년차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대업을 이뤘다.

빠르게 신흥 강호로 올라선 NC는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0년 절정의 센터라인을 자랑했다. OPS 1.003을 기록한 양의지부터 2루수 박민우, 유격수 노진혁, 중견수 알테어까지 완벽에 가까운 센터라인이었다. 포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배출했는데 지명타자와 코너 외야를 두루 소화했던 나성범까지 특급 타선을 자랑했다.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나성범, 양의지와 1년 간격으로 이별했다. 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일찍이 미래 핵심 선수로 낙점한 이들이 다음 센터라인의 주역으로 올라서고 있다. 양의지가 유독 기특하게 바라봤던 후배 포수 김형준(24)과 작년부터 잠재력을 펼쳐보이기 시작한 유격수 김주원(21)이 NC 2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 올라서는 모양새다.

둘 다 AG 대표팀에 승선해 굵직한 활약을 펼쳤다. 김형준은 주전 포수로서 대만과 결승전 2-0 승리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과감한 볼배합으로 동료 투수들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득점과 연관된 안타도 터뜨렸다. AG 시작점에서는 백업이었던 김주원도 주전으로 올라섰고 결승전 희생 플라이로 결승점을 올렸다.

불과 2주전 아시아 최고를 가리는 무대에서 승리한 만큼 포스트시즌도 어렵지 않다. 김형준은 지난 1일 두산과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홈런 2개에 이어 지난 23일 SSG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대포를 쏘아 올렸다. 포수로서 투수 리드에 자신감이 붙었는데 그 모습이 타석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김주원도 유격수로서 내야를 든든히 지킨다. 정규시즌 30개의 에러를 범했으나 와일드카드부터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단기전에서 호수비를 펼친다.

더불어 좌투수 김영규의 도약도 눈부시다. 정규시즌 24홀드를 올리며 지난해 만든 상승곡선을 유지했고 김형준, 김주원과 함께 아시안게임 무대에도 올랐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3.2이닝 1승 2홀드 무실점으로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입단 당시 시속 140㎞ 초반대였던 속구 구속이 140㎞ 후반대에서 형성된다. NC의 많은 투수들이 그렇듯 김영규 또한 매년 구위가 향상되고 있다.

김형준, 김주원, 김영규는 지난 24일 11월 중순에 열리는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최종 26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9월부터 10월, 그리고 11월까지 계속 큰 무대를 경험한다. 그리고 이 경험이 이들이 성장하는 데 가속 페달이 될 게 분명하다.

강렬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NC다. 가을이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밝은 미래가 기다리는 것은 분명하다. 항저우부터 굵직한 경험을 쌓고 있는 세 명 외에도 송명기(23), 신민혁(24), 서호철(27), 류진욱(27) 등 20대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팀이 마냥 어린 게 아닌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 베테랑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빠르게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

NC가 정상 등극 시나리오를 다시 만들어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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