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쿠에바스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일 창원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4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유난히 칭찬하고 싶은 건, 3일만의 등판이었는데, 이전 1차전 실패를 철저하게 지워낸 부분이다. 4차전 마운드에선 평상시 페이스보다 호흡을 천천히 가져갔다. 느슨하게 보일 정도로.

그만큼 마운드에서 절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구위는 100%가 아닌 80%로 느껴질 정도였지만, 대신 철저하게 제구를 앞세우는 피칭이었다. 그러면서 호흡, 리듬, 시간차에 여유를 두며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했다. 초구와 2구째 선택도 정립해서 상대 타선을 압박했다. 철저하지만 성급함이 1도 없는 투구내용.

초반 타선지원이 있었으나 1차전의 데자뷔가 아닌 새로운 패턴으로 쿠에바스는 4차전 팀승리(11-2)를 견인했다.

수비에선 경기초반인 1회 NC 손아섭의 땅볼 타구 때 황재균의 실책이 있었지만, 쿠에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6회 손아섭에게 이날 경기 첫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커터, 패스트볼, 슬라이더, 브레이킹볼의 완급조절이 좋았는데, 템포를 반박자 늦췄다. 결과적으로 그런 피칭이 성공하며 호투 비결이 됐다.

KT 타자들의 페이스가 올라온 점도 고무적이다. 실책한 황재균은 2회 1타점 적시타에 이어 4회엔 이번 가을 첫 홈런포도 가동하며 미소를 되찾았다. 특히 클린업으로 나온 알포드, 박병호, 장성우가 부진을 털어냈다. 이들은 지난 3경기에서 31타수 5안타를 기록했는데, 4차전에서 13타수 6안타 2홈런으로 중심타선의 역할을 해냈다. 5차전에서 KT가 리버스 스윕을 노릴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5차전 승부도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제외하곤 선취점을 가져간 팀이 승리했다. 끝장승부가 펼쳐질 5차전에서도 선취점 싸움이 관건이다.

4차전 직후 양팀 감독은 5차전 선발을 예고하지 않았다. KT는 2연패 후 2연승을 한 뒤 홈구장으로 돌아간다. 분위기면에선 KT가 NC보다 우위라고 봐야한다.

NC는 아무래도 에이스 페디의 완벽 피칭에 기댈 것이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과감한 선발교체도 방법일 수 있다.

KS를 향한 최종관문인 PO는 결국 LG가 원하는대로 5차전까지 가게 됐다. PO 최종전에서 양 팀은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해설위원·체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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