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천=장강훈기자] “가야하지 않을까요? 보물인데.”

두산 이승엽 감독도 눈을 반짝였다.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적은 없다. 제대로 던지는 모습을 보면 전력 구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프링캠프 시작 전까지는 전력투구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따뜻한 호주 시드니에서 가능성과 전력포함 여부를 직접 판단하겠다는 복안이다. 두산이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한 김택연(18) 얘기다.

김택연이 16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베어스파크에 합류했다. 팀 마무리훈련이 한창인데 선배들과 얼굴도 익히고, 프로 훈련 분위기도 익히라는 감독 배려다.

잠실구장에서 잔류조와 함께 훈련하다 이천에 합류한 김택연은 “어제(15일) 들어왔는데, 방도 못찾아서 형들에게 물어봤다. 선배들이 질문에 답도 잘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며 웃었다.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은 기대주. 최고 153㎞까지 측정되는 빠른공을 앞세워 고교 최고 투수로 군림했다. 고교야구에서는 13차례 마운드에 올라 64.1이닝을 소화했고, 7승1패 평균자책점 1.13으로 빼어난 투구를 했다. 삼진 97개를 잡는 동안 4사구 10개를 내줘, 제구도 합격점을 받았다.

18세이하 야구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단 그는 여섯 경기에서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88로 최우수 구원투수상을 받았다. 5연투로 혹사 논란이 일었지만, 관리만 잘하면 두산 마운드의 한축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구단은 5연투 이후 학교(인천고)에 복귀했을 때 전국체전 출전을 만류하는 등 특별관리를 시작했다.

2개월 이상 투구금지령을 내려 사실상 투구를 중단한 김택연은 “투구하지 않은지는 7~8주가량 됐다”면서도 “몸도 좋고 아픈 곳도 없다. 캐치볼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속구 슬라이더를 뒷받침할 만한 세 번째 구종을 개발 중이다. 커브와 스플리터를 가다듬고 있는데, 체인지업보다는 스플리터가 몸에 맞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두산에서 획을 긋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힌 김택연은 “가능하다면 영구결번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말로 일단 KBO리그에 적응해 최고 투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유니폼 넘버는 향후 10년간 달수 없겠지만, 1번을 좋아한다”며 수줍게 웃은 그는 “다 떠나서, 지금은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하나라도 더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성장하는 게 1번”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신인의 스프링캠프 참가가 어려운 팀이다. 체계적인 팜시스템으로 ‘화수분’이라는 별칭을 가진 팀답게 신인은 이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게 전통이다. 김택연은 “1군 스프링캠프를 치를 준비는 하겠지만, 캠프 자체보다 시즌 개막에 맞춰 오버워크하지 않고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만 치르고 빠르게 가을야구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김택연은 미래의 상대팀을 분석하기 위해 가을야구를 지켜봤다. 그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것 같더라. 나도 빨리 1군에 자리를 잡고, 팀의 포스트시즌 무대를 함께 밟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과 최종전 마무리 투수 중 더 꿈꾸는 모습을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 있는 것”으로 꼽은 그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을 가릴 입장이 아니지만, 성향을 고려하면 불펜쪽에 더 적합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욕심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두택연’으로 불리며 두산 팬에게 사랑을 받은 김택연은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큰 응원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서 팬들께 인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심하지만 당찬, 두산에 없던 신인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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