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극장가의 봄’이 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관람객의 입소문에 힘입어 주요 극장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흥행이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누적관객수는 126만7598명이다. 25일 하루 동안에만 59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매출 점유율도 78.1%에 이른다.

‘서울의 봄’은 개봉 열흘 전인 지난 12일부터 예매율 1위를 수성했다. 지난 26일 오전 9시 기준 24만9000여명으로 예매율 54.2%를 기록했다. 이는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올해 여름 흥행 성공작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치다.

CGV 에그지수는 무려 98~99%를 오고 가고 있다. 네이버 평점은 9.5, 롯데시네마 평점 9.7, 메가박스 관람평도 9.5점으로 역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실 관람객의 호평에 따라 평점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양새다.

11월은 영화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올빼미’가 이 시기에 개봉해 330만 관객 이상을 동원했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작품만 좋다면 관객 수요가 있다고 판단, 개봉일을 22일로 정했다. 덕분에 경쟁작 없는 무주공산 상태에서 극장가를 장악했다. 틈새시장을 정확히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서울의 봄’은 80년대 12.12사태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2030 MZ세대가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2030 연령대는 극장가에서 경험소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로 꼽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의 평점이 흥행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의 봄’은 워낙 기세가 좋다”며 “주요 소비층인 2030 MZ세대는 물론 80년대 군부정권을 직접 경험한 5060,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 등 전 연령대가 ‘영화가 잘 만들었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관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현대사의 물줄기를 가른 12.12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첫 한국영화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 톱스타 정우성을 비롯, 이성민, 김성균, 박해준 등 무려 68명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정해인, 이준혁 등이 특별출연해 힘을 보탰다.

수많은 배우들이 한 카메라에 담겼지만 인물 한 명 한 명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연극계에서 구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을 모으는 등 캐스팅에 신경 썼으며, 리허설을 반복하면서 동선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체크해 앙상블을 그려냈다. 마치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 각 진영의 상황과 변화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덕분에 관객은 14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며 극에 집중하게 된다.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이 인정받는 대목이다.

특히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의 착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머리를 확 밀어버린 그의 이미지가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뒤 영화에 대한 기대가 급속도로 고조됐다. 실제로 황정민은 영화 내내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마치 불처럼 뜨겁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냈다. 반대로 전두광과 대치한 정우성은 차가운 태도로 우직한 신념을 품위 있게 그려냈다.

여러 호재에 극장가는 기대에 가득 찼다. 추석 시장을 겨눈 영화 세 편 중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가운데, 호평받은 ‘소년들’과 MCU(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 ‘더 마블스’도 극장가의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요즘 한국 영화계가 위기감이 고조돼 있고, 실제 위기기도 하다. 웰메이드 영화 ‘서울의 봄’이 어쩌면 영화인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으로도 보인다. 이렇게 잘 만들면 관객들이 극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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