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기자] 엡손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인식과 행동을 조사한 ‘기후현실 바로미터 2023’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기후현실 바로미터 조사는 전 세계 39개국의 3만294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전 세계 응답자 55%가 기후변화라고 대답했다. 이어 물가 상승(53%), 빈곤(37%), 분쟁(23%), 공중보건(21%)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경제 안정화를 1위, 물가 상승을 2위, 기후 변화를 3위로 선택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해수면 상승 등 이상기후 현상을 경험한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과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Z세대는 기후변화(47%)보다 물가상승(51%)이 더 큰 문제라고 꼽았다.

‘일생 동안 기후 재난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서는 Z세대의 약 절반(49%)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5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32%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Z세대는 기후 변화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더 현실적인 고민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55세 이상 연령에 비해 Z세대들이 기후변화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금리 인상과 전쟁 등으로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비교적 임금이 낮은 Z세대들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Z세대는 ‘기후변화 네이티브’로서, 태어나면서부터 지구온난화를 겪었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분석된다.

글로벌 우선순위 이슈로 기후변화를 선정한 나라는 케냐(70.7%), 인도네시아(67.2%), 한국(66.1%)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주(73.9%), 그리스(71.9%), 미국(53.1%) 등은 물가 상승을 더 중대한 문제라고 인식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다회용 제품 사용(68%)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62%), 분리배출 습관화(62%)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 가능한 활동들을 꼽은 가운데, 기업에게는 친환경 기술 및 제품 개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복수 응답)’을 묻는 설문에서는 ‘친환경 기술 투자’와 ‘재활용성이 높은 제품 생산’이 각각 48%와 45%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외 자원 사용 감소(28%), 임직원의 친환경 의식 제고(21%), 온실가스 및 플라스틱 배출 상쇄(21%)에 대한 응답률은 모두 20%대에 머물렀다.

한국도 세계적인 추세와 동일하게 기후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조사에서 ‘일생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피할 수 있다’고 낙관적인 응답을 한 비율은 33.2%였으나, 올해는 27.3%로 5.9%p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세계 평균치인 47%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한국과 덜 낙관적인 국가는 대만(26.1%)과 일본(21.1%)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를 세계 주요 이슈’라고 답한 비율도 세계 평균치 55%보다 11.1%p 높은 66.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시게오 대표는 “기후현실 바로미터는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사람들의 환경 인식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준다”며 “엡손은 기후 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친환경을 염두에 둔 솔루션을 만들고, 투자해 기후 위기라는 전 세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사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