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장지훈통신원·김용일기자] “내가 준비를 덜 한 탓이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오프사이드 악몽’에 빠졌던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자기 잘못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애스턴 빌라와 홈경기에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했다. 무려 세 번이나 빌라 골망을 흔들었는데 거짓말처럼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와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시즌 9호 골을 놓쳤다.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43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든 손흥민은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빌라 골문을 갈랐다. 하지만 앞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에게 침투 패스를 받을 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머리를 감싸쥐었다.

후반 13분엔 브레넌 존슨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호이비에르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왼쪽에 있던 손흥민에게 연결했고, 그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이번엔 존슨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 1-2로 뒤져 추격에 바빴던 후반 39분엔 페드로 포로의 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왔고, 손흥민이 리바운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그러나 이 역시 손흥민이 빌라의 최종 수비보다 앞서 있던 게 잡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운이 없었다기보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도 내가 준비를 덜 한 탓에 나온 결과”라며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크게 움직이거나,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오프사이드에 안 걸렸을텐데, 발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득점을 얻지 못한 것을 비롯해 ‘상처 투성이’ 경기였다. 토트넘은 제임스 매디슨 등 주력 선수 줄부상으로 신음하는데, 전반 중반 최근 부상에서 갓 돌아온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발목을 다쳐 그라운드를 떠났다.

경기 역시 전반 22분 지오바니 로 셀소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전반 추가 시간 상대 프리킥 상황에서 파우 토레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어 후반 16분 최후방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올리 왓킨스에게 반박자 빠른 오른발 결승포를 내주며 1-2 역전패했다. 리그 3연패에 빠진 토트넘은 승점 26을 기록, 5위로 밀려났다.

양 팀 모두 전방 압박, 뒷공간 침투를 즐기는 스타일이나 공격 효율성에서 토트넘이 밀렸다. 축구 AI업체 ‘에임브로드’ 자료에 따르면 토트넘은 DAP(Deep Attack Points·공격 유효 데이터) 수치에서 438개로 빌라(264개)를 크게 압도했다. 그러나 DTP(Deep Tactic Points·슛으로 연결된 전술패턴)에서 14-12로 큰 차이가 없었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오프사이드 불운 등에 시달린 것과 비교해서 빌라는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영국 ‘풋볼런던’은 경기 직후 손흥민의 세 차례 오프사이드 득점 취소를 언급, ‘그 외에 별다른 게 없었다’고 혹평하면서 공격진에소 호흡을 맞춘 브리안 힐, 브레넌 존슨과 더불어 가장 낮은 평점인 6을 매겼다.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리그 2위(승점 29)를 달리는 맨체스터 시티다. 내달 4일 맨시티의 홈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손흥민은 팀 내 부상자가 늘어나는 등 여의찮은 상황이나 이례적으로 동료를 향해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부상은 어디까지나 컨트롤할 수 없다. 축구의 일부다. 그 전에 다른 선수가 그런 상황에서 더 열심히 준비하면서 경기에 뛸 준비를 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스텝 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게 경기장에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 선수들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강한 정신력, 팀원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시간이 없다. 아직 (상위권 팀과) 크게 차이나지 않으니 할 수 있다. 좋은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 준비할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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