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전세계가 K팝을 주목하는 시대잖아요. K팝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학전을 위해 그 DNA를 물려받은 K팝 가수들도 동참해줬으면 해요.”

학전 출신 가수 박학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은 2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우리의 출발점인 학전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학전 어게인’이라는 공연을 준비했다”며 “만에 하나 학전이라는 하드웨어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이곳에 어린 우리의 추억과 학전의 정신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침 이슬’, ‘상록수’의 가수 김민기가 사재를 털어 1991년 3월 15일 문을 연 대학로 학전은 한국 대중음악의 요람이자 소극장 공연의 메카로 꼽힌다. 박학기를 비롯, 김광석, 동물원, 들국화, 강산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등이 이곳에서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황정민,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는 1994년 학전에서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1호선’을 통해 일명 ‘독수리 5형제’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다. 가수 윤도현은 1995년 뮤지컬 ‘개똥이’를 통해 학전과 연을 맺었다.

그러나 학전은 33살 생일인 2024년 3월 15일 폐관을 결정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공연계 불황과 더불어 김민기 대표의 암투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음원·저작권 수익을 쏟아 부으며 버텼다. 그럼에도 티켓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내년 2월 열리는 학전의 어린이 공연 ‘고추장 떡볶이’ 티켓 가격은 2만원에 불과하다. 김대표는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방 어린이들을 위해 공연 스태프들과 함께 지방 폐교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학전 폐관 소식을 들은 학전 출신 유수의 가수, 배우들은 이같은 소식에 학전의 마지막을 함께 함과 동시에 학전을 지켜달라는 호소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4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에서 개최되는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에는 박학기를 비롯, 윤도현, 알리, 동물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이은미,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 여행스케치, 시인과촌장, 크라잉넛, 유재하동문회, 하림, 이정선, 노찾사, 한상원밴드, 최백호, 한영애 등이 노개런티로 릴레이 콘서트를 가진다.

‘학전 독수리 5형제’ 출신 배우들도 출연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이들은 5일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MCA 홀에서 ‘학전 AGAIN’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박학기는 “학전은 상징적인 문화예술 공간”이라며 “청년문화의 원형을 지닌 곳이다. 김광석 노래비까지 있어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곳인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배우 출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학전 등 소극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 동참하는 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은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학전은 90년대 인디밴드인 크라잉넛에게 무대를 제공해준 곳”이라며 “김광석 다시부르기, 한대수 선배 공연 등을 통해 연을 맺은 유서깊은 공간이다. 청년문화의 낭만과 ‘저항의 의미’가 서려있는 곳인 학전을 위해 청년 뮤지션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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