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그룹 피프티피프티 사태 편향 보도로 도마 위에 오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첫 방송 후 3개월이 지났음에도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방송 계획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8월 19일 방송된 ‘빌보드와 걸그룹 - 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이다. 피프티피프티가 글로벌한 인기를 얻은 후 팀 내 멤버들이 다른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템퍼링(기존 회사와 계약이 끝나기 전 타 회사와 몰래 접촉하는 행위) 사건이 요지다.
당시 방송에는 논쟁의 당사자인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와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의 입장도 없었으며, 멤버들의 다이어트 문제, 소속사 내 CCTV 설치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 동정심을 키우는 듯한 내용을 담아, 논질을 흐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어트랙트 소속 관계자를 대역으로 사용한 점이 드러났다. 설상가상 해당 인물은 어트랙트와 분쟁 중인 더기버스 직원으로 확인됐다. “안성일 대표가 월말 평가에 나오지 않았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반론권조차 주지 않았다.
가요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부분이 템퍼링이다. 오랜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들인 멤버 개개인은 기획사의 주요 자산으로 꼽힌다. 이를 빼가는 사태에 수많은 가요계 종사자들이 분노했다. 심지어 피프티피프티는 계약 기간 중에 타 회사가 접근한 사안이다.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알’은 템퍼링을 시도한 당사자를 두둔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설상가상 템퍼링을 다루는 방식 역시 편향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속사와 가수를 단순히 갑과 을로 구분, 이미 슈퍼스타가 돼 소속사에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는 가수들을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관계자는 “‘그알’은 취재가 너무 부족했다. 해당 사안을 인지했든 그렇지 않든 중립성을 잃었다. 오히려 기름 붓는 역할을 했다”며 “방송사도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편파가 있으니까 멋모르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피프티피프티 사태는 재계약 당시에 벌어지는 템퍼링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껏 연습생 시절을 거쳐서 론칭했는데, 계약 기간 중에 빼돌리기를 한 것”이라며 “종사자들은 오래 전부터 템퍼링에 가담한 사람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없다는 걸 강력히 주장해 왔다. 기획사가 절대 갑이 아니라는 걸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그알’의 취재 태도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알’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오랫동안 대중의 신뢰를 받아왔다.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유독 피프티피프티 사태와 관련해서는 맹점을 짚지 못했다. 대역이나 허위발언 등 논란이 될 만한 요소도 많았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사과도 충분치 않다. 해당 방송으로 인해 십수년에 걸쳐 쌓은 그간의 명성도 한순간에 잃게 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간 ‘그알’이 지적한 사안들도 다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알’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방송 관계자는 “기획 의도 외에 특별한 의도를 갖고 취재에 임할 집단은 아니다. 옆에서 지켜봤을 때 업계 동향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듯 보인다. 답을 정해놓고 출발한 느낌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답을 구하기 어려운 의견과 주장이 충돌할 때 약자 편을 드는 것을 상식으로 본다. 하지만 가요계는 권력구도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제작자가 갑일 때도 있지만, 개인이 갑이 될 때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요계를 비롯해 K팝 팬덤과 일반 대중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됐음에도 ‘그알’은 사과문을 내놓은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후속편도 불명확하다. 따라서 대중문화계를 쉽게 보는 시선이 있어 이런 행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알’을 보면 대중문화를 다루는 태도나 시선이, 시사 사건을 다루는 것에 비해 진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자와 멤버간 계약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보면 후속보도와 사과방송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없다. 결과적으로 신뢰도가 많이 꺾였다”고 진단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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