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상황 감안 집행부는 운영비 10% 줄인 반면 시의회는 그대로

-민생만 바라보는 초당적 지방자치 실현 필요

〔스포츠서울│용인=좌승훈기자〕스포츠서울은 지난 9일 경기 용인시가 내년에 추진하려는 서민을 위한 교육지원, 사회약자 복지, 시민들을 위한 문화·체육·예술 공유사업 등이 용인시의회가 무더기로 예산을 삭감하면서 방향을 잃어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교육분야 예산 56억3134만 원을 비롯해 긴축 재정을 이유로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복지예산 42건 ,121억 원이 싹둑 짤린 것이다.

또 용인문화재단, 청소년미래재단, 용인시축구센터 등 3개 산하기관에 대한 출연금 예산을 무조건 20%씩 삭감하면서 인건비를 제외하고 나면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 추진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내년 6월 열리는 대한민국 연극제 개최 자체도 우려다. 내년 초까지 주요 공연의 콘텐츠 조율을 마쳐야 사업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데, 이대로라면 추경예산으로 보완 할 시간조차 없다.

이 보도를 하면서 놓친게 있었다. 예산심사 권한을 가진 시의회의 사정이다. 그래서 살펴봤다.

내년 시의회 의정담당관 예산은 47억7988만 원으로 올해 대비 3억442만 원 증가했다. 명분과 근거 없이 복지예산 등은 과감하게 삭감하면서 이른바 제 밥그룻 챙기기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의회는 대회의실 LED 전광판 설치 6400만 원, 전자회의시스템 프롬프터 구축 1600만 원, 의원실 재배치 이사비 1700만 원, 의정활동공통경비(교섭단체) 2131만 원을 신설했다.

특히 재정상황을 감안해 집행부인 용인시는 업무추진비를 올해 보다 10% 줄인 반면 시의회는 의장 등 의원들의 업무추진비를 삭감없이 올해와 동일하게 편성했다.

가장 눈총을 받는 예산은 의원국외여비로 올해와 동일하게 1억2600만 원이 편성됐다. 이 부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음주가 법으로 금지된 정통회교 국가로 연수를 떠나면서 술로 인해 국가적 망신을 당한바 있기 때문이다.

‘용인특례시 관광발전을 위한 의원연구단체’ 소속 민주당 의원 8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등 총 14명은 지난 8월15일 4박 6일 일정으로 지난 2004년 용인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시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들 연수단은 코타키나발루 입국 심사 과정에서 술 수십 병을 들고 들어가려다 적발됐고, 억류조치 됐다가 현지 세관에 관세를 지불한 끝에 풀려났다.

이슬람문화권인 말레이시아는 주류 반입에 대해 엄격히 통제 하고 있고, 관광객 1인당 1L로 제한하고 있다. 분명 연수를 떠나기전 이 같은 사실을 인지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당시 성명을 내고 “음주가 법으로 금지된 정통회교도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주류 60병을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물의를 일으킨 시의원과 해당 관계자는 경기도민과 용인시민께 백배사죄 하고 민주당 역시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 용인시의회 김영식·김윤선·김태우·안치용·안지현·박은선·기주옥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은 지난 9월19일 “최근 불미스런 일로 많은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는데 소속 정당을 떠나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일부 의원들로부터 비롯된 일이긴 하지만 그동안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외유·관광이라는 비난과 함께 시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임기 중 해외 의정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해외연수단의 술 파문이 일파만파로 거세게 번져나가자 윤원균 의장이 진화에 나섰다.

윤 의장은 지난 9월 7일 시청 브리핑룸서 ‘주류 무더기 무단 반입’에 대한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시는 의원들의 일탈행동이 없도록 단도리 할 것을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윤 의장은 당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주의한 행동이었다”며“시민 여러분께 실망과 우려를 끼쳐드려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깊이 사죄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해당 연수단을 이끈 황재욱 대표도 성명서를 통해 “공무출장에 참석한 의원연구단체 의원들 모두 부주의한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시민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의원연구단체 대표로서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 같은 자성의 선언은 채 석달이 지나지 않아 ‘말짱 도루묵’이 됐다. 시의회의 예산 심사 처리가 반증이다.

실제로 시의회 상임위는 교육과 민생 예산 삭감에 이어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및 점등식, 시민연등축제, 경로당자원봉사 활동비 지원 등 20건의 계속 사업을 전액 또는 일부 삭감했다. 이로인한 관련 단체와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 수위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 중 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눈여겨 볼 점이 있다. 용인시의회 전체 의원은 32명이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17명, 국민의힘이 15명으로 양당체제다. 민주당 의원이 2명 더 많다.

경기침체 속 시민들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용인시의회는 민주당이 주도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리가 곳곳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상일 시장이 상대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란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취재도중 만난 용인시민 A씨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중앙정치와 달리 지방정치는 생활밀착형이다. 그만큼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이 잦고 아기자기 하게 할일도 많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의원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초당적이어야 한다. 당을 벗어나 민생만 바로보는 정치가 필요한 요즘”이라고 토로했다.

hoonjs@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