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명문 구단임에도 내세울 팀의 얼굴이 없었다. 야수진이 특히 심했다. 그래서 시야를 넓혔다. 넓은 시야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결단은 1억1300만 달러, 빅리그 진출 시점 아시아 야수 최고액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샌프란시스코가 한국 야구 ‘아이콘’ 이정후(25)를 팀의 새 얼굴로 내세운다.

계약 규모가 곧 가치다. 이정후는 이번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통해 일본의 특급 타자들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태평양을 건넌다. 지난겨울 요시다 마사타카와 보스턴이 맺은 5년 9000만 달러를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가 뛰어넘었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정후가 지금까지 해온 방향을 유지해준다면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는다.

디 애슬레틱은 1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는 지금까지 젊고 에너지 있는 타자를 찾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없기도 했다”며 “지난 10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규정 타석을 채우며 3할을 기록한 타자는 버스터 포지 뿐이다. 좋은 콘택트 능력에 안정적인 중견수 수비 능력을 겸비한 타자를 찾았다”라고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영입한 배경을 전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3할 타자는 단축 시즌인 2020년 도노반 솔라노다. 60경기 체제였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포지만 네 차례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포지는 2021시즌 후 은퇴했다. 빅리그는 3할 타자의 희소성이 크다. 때문에 ‘콘택트 히터’로 고타율을 기록하는 타자가 다시 주목받는 면도 있다.

2022년 내셔널리그 타격왕 제프 맥닐, 2022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이자 2023년 내셔널리그 타격왕인 루이스 아라레즈 등이 대표적인 선수다. 둘 다 좌타자로서 이정후와 꾸준히 비교된 대상이기도 하다.

차이점은 포지션이다. 아라레즈는 내야수이며 맥닐은 2루와 코너 외야를 두루 보는 유틸리티다. 샌프란시스코는 고타율을 올릴 콘택트 히터와 더불어 외야 수비에서 중심을 잡을 중견수가 필요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이정후가 충족시킨 셈이다.

디 애슬레틱 또한 타자로서 이정후와 비교 대상을 아레리즈, 스티븐 콴, 앤드류 베닌텐디, 아담 프레이저 등으로 삼으면서 “이들 중 전문 중견수는 아무도 없다. 만일 콴이 중견수였다면 이정후가 받는 연평균 1800만 달러는 적합한 금액이 된다”고 이번 계약을 평가했다.

즉 이정후는 지금까지 해 온 것을 하면 된다. 갑자기 파워히터로 변신을 꾀할 필요가 없다. 고타율과 고출루율을 기록하고 리드오프로서 꾸준히 출루하기를 샌프란시스코도 바란다. 드넓은 오라클 파크 외야 곳곳을 공략해 안타를 생산한다면 샌프란시스코의 베팅은 성공이다.

‘코리안 이치로’로 불린 닉네임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4년 후에는 더 큰 규모의 계약도 가능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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