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데뷔 10년차를 맞은 배우 신혜선이 한껏 망가진 얼굴로 새로운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JTBC 주말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후배에게 전 남친을 빼앗긴 유명 사진작가 조삼담을 연기하는 그가 취하고, 울고, 바닥에서 구를수록 시청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혜선이 연기한 조삼달은 악명 높은 패션업계에서 유명연예인들이 함께 화보를 찍고 싶어하는 실력파 사진작가다. 하지만 자신의 어시스턴트 방은주(조윤서 분)에게 남자친구 한은성(전충기 분)을 뺏긴다. 은주는 은성과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삼달의 갑질 때문에 자살하려 한 것이라고 거짓 제보까지 한다. 덕분에 삼달은 하루아침에 모든 업무가 중지됐고, 기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 과정에서 신혜선의 잔뜩 망가진 연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자친구를 뺏은 상대가 아끼는 후배라는 걸 안뒤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 못해 혼잣말을 연발하고, 결국 흔들리다 넘어지는 대목이나 집에 와서도 ‘술 줘!’를 외치다 자빠지고 구르는 장면이 압권이다. 고목이 쓰러지듯 잘 버티다 끝내 오열하며 고꾸라진다.

고향으로 내려온 삼달이 자신의 처지를 묻지 않는 친구들에게 “왜 안 물어봐”라며 길거리에서 오열하는 모습과 은주가 자신 때문에 죽으려한 건 아니라는 걸 안 뒤에 밀려오는 안도감에 눈물을 쏟아내는 얼굴도 이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후 그는 첫 사랑이었던 용필(지창욱 분)과 남몰래 자신을 흠모했던 상도(강영석 분)와 삼각관계로 묘한 긴장감을 안겼다.

신혜선의 코믹 연기가 안방에 큰 웃음을 안기지만 삼달의 얼굴에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치열하게 버텨낸 현대인의 애환이 담겼다.

드라마는 모든 걸 가졌다고 여긴 삼달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가짜라는 걸 깨달은 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했던 삼달의 눈물은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안겼다.

신혜선은 불과 6회 만에 냉철한 사진작가에서 이별 당한 여성의 괴로움, 후줄근한 일상, 인생이 무너질 위기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 용필과 핑크빛 무드 등 희로애락을 자연스럽게 내비쳤다. 삼달이 처한 아픔을 코믹스럽게 표현하지만 과하지 않다.

신혜선의 코믹과 진지함이 적절히 배합된 연기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우려를 지웠다. tvN ‘오! 나의 귀신님’(2013)과 KBS2 ‘단, 하나의 사랑’(2019)에선 단아한 여성상을, tvN ‘비밀의 숲’(2017)에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흔들리는 검사를, 영화 ‘결백’에선 악과 맞선 변호사를, tvN ‘철인왕후’(2021)와 올해 나온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용감한 시민’ 남성성을 가진 러블리한 왈가닥을 표현하며 쌓은 내공이 이번 작품에서 폭발했다는 평가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하드 캐리’(게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일컫는 신조어) 중인 신혜선 덕분에 ‘웰컴투 삼달리’ 시청률은 고공행진이다. 5.1%(닐슨 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6회 만에 8.3%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국내 많이 본 작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혜선 드라마 재밌다”는 글이 각종 커뮤니티에 도배되고 있다. 신혜선의 원맨쇼가 통하는 모양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신혜선이 전반적으로 코믹한 톤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했던 면을 깨달아가는 면모를 진중하게 풀어냈다. 시청자들이 즐겁게 웃는 와중에도 현대인의 힘겨운 정서가 묻어난다”며 “평소 연기를 잘했던 배우인데, 이번 드라마에는 페이소스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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