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K팝 열풍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엔터사들의 2024년 전망은 어떨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필두로 세븐틴, NCT,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등 놀라운 글로벌 팬덤 화력을 가진 보이그룹의 활약과 뉴진스, 아이브, 에스파, 르세라핌 등 4세대 걸그룹의 성과 그리고 갓 데뷔한 라이징 그룹들의 비약적 성장까지. 올해엔 각 소속사를 대표하는 그룹부터 새로운 기대주들까지 촘촘한 라인업으로 K팝이 글로벌 영역 확장에 나섰다.

화려한 라인업답게 성적 역시 빛났다. K팝 스타들의 미국 빌보드 차트를 수놓았고,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올해 K팝 4개 부문을 신설하며 K팝이 미국에서 저변을 넓혔다는 평을 얻었다.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타던 음반 판매량은 올해는 한층 빨라진 지난 10월에 ‘1억장 시대’를 활짝 열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한해 전세계적인 K팝 부흥기를 맞으면서 엔터사들 역시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K팝을 대표하는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빅4’ 기획사의 활약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가요계를 빛낸 스타와 결실을 돌아보고, 2024년 엔터 업계의 전망을 짚어봤다.

◇하이브 : BTS 리스크 대응 위한 멀티레이블 강화→위버스 수익 본격화

12월 방탄소년단 멤버 7인 전원이 병역 의무 이행에 돌입하면서, 이들이 주종목이었던 하이브로서 2024년은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군백기로 인한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기 위해 올해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 강화에 힘써왔다. 각 레이블의 크리에이티브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2차, 3차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시너지를 확대하는 독자적인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빈자리는 음반시장에선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세븐틴이, 음원시장에선 어도어의 뉴진스가 채워나가고 있다. 세븐틴은 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으로 가요계 최초로 한터차트 기준 발매 첫 주 판매량 500만장을 기록했다. 뉴진스는 ‘디토’, ‘오엠지’부터 ‘슈퍼 샤이’, ‘이티에이’ 등이 연이어 히트를 기록,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차트에서 역대 최장기간 1위를 차지하며 연말 국내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대상을 쓸어 담았다. 이 밖에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엔하이픈 등도 꾸준히 글로벌 성장세를 타고 있다.

신인 그룹의 활약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코가 이끄는 KOZ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보이넥스트도어가 올해 데뷔했고,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내년 상반기 새 보이그룹을 론칭한다. 또한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가 공들인 글로벌 오디션 ‘더 데뷔:드림아카데미’를 통해 데뷔한 걸그룹 캣츠아이의 데뷔 활동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증권가는 방탄소년단의 공백기에도 내년 하이브의 영업이익은 3240억원으로 올해보다 8.1%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임수진 연구원은 “최근 방탄소년단 4명의 연말 입대 계획 발표는 오히려 불확실성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판단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하이브의 경우 구매력이 높은 서구권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만큼 내년 데뷔할 신인 3팀 등을 통한 이익 성장이 경쟁사 대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가 설립하는 멕시코 소재 법인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전 세계 음반 및 음원 시장 중 라틴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신인 발굴·육성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SM : ‘탈 이수만’ 카카오 인수로 변화→음악 퍼블리싱 사업 강화로 북미 공략

오랜기간 국내 엔터 산업을 이끌고 왔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은 창사이래 올해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SM 설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물러나고, SM 경영진이 ‘IT 공룡’ 카카오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며 올 2~3월 SM은 ‘혼란기’였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SM 지분 공개 매수 경쟁까지 펼쳤고, 하이브가 SM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합의하면서 SM은 결국 카카오의 품에 안겼다.

이러한 혼란기를 지나 ‘SM 3.0’ 시대를 연 SM은 올해 3분기 음반·음원 매출 증가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다시 안정기를 찾았다. SM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505억 원, 매출액 266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12% 증가한 수치다. 3분기에 발매된 신규 앨범 판매량은 871만장으로 분기 최대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엔시티 드림이 쿼드러플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엑소, 라이즈 등도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이뤄낸 성과다. 에스파는 북미, 아시아, 유럽을 포함해 월드투어를 18회 진행하면서 글로벌 팬덤 확대에 매진했다. 2024년에는 에스파의 영어 정규 앨범을 필두로 엔시티 드림과 엔시티 뉴 팀의 새로운 앨범도 예고됐다. 여기에 SM은 버추얼 아티스트를 전담하는 가상 아티스트/IP 제작 센터를 신설하는 등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의 데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M은 음악 퍼블리싱 사업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자회사인 크리에이션 뮤직 라이츠(KMR)가 산하에 80명의 작가를 확보했으며, 해외에서도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K팝 진출을 희망하는 해외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권을 벗어나 K팝의 글로벌화 추세에 맞춰 북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이브, JYP의 사례처럼 현지 아이돌 제작 가능성도 존재한다.

장철혁 SM 대표이사는 “자회사 KMR을 통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작가 영입을 추진, 양질의 곡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향후 외부 레이블, 기획사로의 음악 판매가 SM의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올 상반기 인수전 당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카카오가 SM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두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기소,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이 검찰에 송치됐고 SM 실권자로 알려진 장재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SM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던 중 지난 11월 사임했다. 이 사안은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내년에도 여전히 SM에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