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화성=강예진기자] “블로킹 1위 꼭 지키고 싶어요.”

2023~2024 V리그 여자부 블로킹 1위를 달리는 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 최정민(21)이 쑥스러우면서도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최정민은 2020~2021시즌 1라운드 3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한봄고를 졸업한 그는 당시 드래프트 최대어로 불렸다. 고교시절 좌우와 중앙을 오가면서 공격에 가담했는데 프로 입단 후에는 미들블로커로 전향해 주전을 꿰찼다.

프로 4년차. 최정민의 진가는 이번시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9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페퍼저축은행과 3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5-19) 완승에 일조했다. 블로킹 3개를 포함해 8점을 올리면서 중앙을 든든하게 지켰다.

블로킹뿐 아니다. 유효 블로킹 6개를 만들면서 상대 공격을 1차 방어했다. 팀 내 가장 많은 유효 블로킹으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이를 두고 “전에는 뛰어다니기 급급했는데, 이번시즌 블로킹에 참여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제는 누구한테 공이 가는지 보이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더 신경을 쓰면 유효 블로킹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만한 건 미들블로커로서 신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최정민은 180㎝로, V리그 대표 미들블로커 양효진·정호영(이상 190㎝)와 무료 10㎝나 차이난다. 배구는 여느 스포츠보다 신체적인 조건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다. 특히 ‘높이’가 그렇다. 하지만 최정민은 신체 조건을 빠른 발과 리딩 능력 등으로 극복하고 있다. V리그 최초 1500 블로킹을 달성한 ‘블로퀸’ 양효진(세트당 0.836개)을 제치고 블로킹 1위(0.909개)에 오른 이유다.

세트당 블로킹 0.9개 이상은 V리그 17시즌을 소화 중인 양효진도 3번 있었다. 양효진은 이를 두고 “블로킹할 때 정민이 손모양이 예쁘다. 내가 블로킹 1위를 할 땐 신장이 크다 보니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지만 정민이는 아니다. 신장이 큰 편이 아닌데 블로킹 1위에 오른 건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준다”고 칭찬했다.

최정민은 “상대가 토스할 때 리딩하는 능력이 생겼다. 미리 알고 따라가서 타이밍 잡는 게 나아졌다”면서 “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타이밍으로도 김호철 감독님뿐 아니라 코치들이 알려주신다. 바로바로 고치면서 하니까 칭찬을 듣게 된 것 같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직전 시즌(0.540개)보다 수치를 크게 끌어올린 그는 “내가 블로킹 1위에 올라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자리를 꼭 지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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