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연봉을 깎고서라도 나가고 싶다.”
진심은 아니겠지만, 충격적인 발언이다. 훈풍이라던 전언과 거리가 있어 더 그렇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행사한 김선빈(34)과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오죽하면 “더 낮은 연봉을 받더라도 다른 구단에서 뛰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FA 협상은 계약규모와 기간을 두고 구단과 선수간 기싸움하는 건 당연한 과정이다. 그런데 양쪽 온도차가 너무 크다. KIA 심재학 단장은 “의견차를 좁혀가고 있다. 분위기 좋다”고 했다. 지난달 KIA 심재학 단장과 김선빈이 함께 식사까지 한터라 “이견을 좁히고 있다”는 얘기가 더 설득력있게 들렸다.
김선빈 에이전트 측은 “FA와 관련해서는 (관례상) 말씀드리기 어렵다. 공식발표 후 말씀드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양쪽 얘기만 놓고보면, 협의점을 곧 찾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양쪽 사정을 잘아는 최측근과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스포츠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최초 KIA가 제시한 계약기간과 금액은 선수의 자존심을 무시한 수준이다.
특히 구단의 계약 조건과 협상 테이블에서 보인 태도는 김선빈을 잡을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KIA가 내야수 FA인 강한울 김민성 서건창 등의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소문은 선수에게 가장 빠르게 전달된다. 타이거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김선빈으로서는 섭섭할 수 있다. “연봉을 덜 받더라도 다른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말도 섭섭함의 표현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김선빈은 올시즌 ‘캡틴’ 중책을 맡으면서도 119경기 출장해 타율 0.320을 기록했다. 부상자가 유독 많았던 올시즌에 3할 타자로, 주전 2루수로 분투했다. 지난 4년 간도 꾸준했다.
2020~2023시즌 김선빈의 4시즌간 평균 타율은 0.308,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 중 해당 기간 타율 1위다. 득점권에서 특히 빛을 발해 지난 4년간 득점권 타율 0.313, 만루에선 0.462(52타수 24안타)에 이른다.
더그아웃과 라커룸에서도 조용한 리더십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후배들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KIA에서 김선빈의 존재감은 단순 성적 이상이다.
분위기만 보면 4년 전이 오버랩된다. 당시 KIA는 첫 번째 FA 권리를 행사한 안치홍을 잃었다. 협상과정에 “데려갈 곳이 없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다 롯데의 기습 영입에 당했다. 팬들의 분노는 당연했다.
함께 FA를 선언한 김선빈과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4억5000만원, 옵션 6억원)에 부랴부랴 계약한 것도 이 여파였다.
그런데 4년이 지난 뒤 가장 꾸준하게 활약한 김선빈에게 4년전 안치홍에게 했던 전략을 재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본지가 파악한 김선빈의 두 번째 FA 계약 조건은 계약기간, 총액, 연봉은 물론 계약금까지 크게 깎았다.
안치홍은 4+2년 최대 72억원(옵션 8억원)에 한화와 잭팟을 터트렸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전준우(37)를 4년 총액 47억원(옵션 7억원)에 해외 지도자연수까지 보장하는 등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KIA 심재학 단장은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구단이 제안한 조건을 선수가 만족스러워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구단은 김선빈을 꼭 잡겠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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