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잇따른 폐단으로 얼룩졌던 은행권이 이미지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은 증권계좌 부당 개설,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대규모 및 횡령, 불법 차명거래 등으로 고객 신뢰를 잃고 추락했다. 이에 4대 은행권(KB·신한·하나·우리)은 공통된 키워드로 ‘상생금융’, ‘리스크관리’를 내세우며 쇄신에 나섰다.

은행권은 올해 인사·조직 개편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또한 이들은 고금리로 서민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이자장사’라는 오명에 상생 금융을 마련하고, 꾸준히 발생하는 횡령과 직원 일탈에 내부통제 책임론에 휩싸인 수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과연 은행권은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 ‘리딩뱅크’ 위상 회복하겠다는 KB국민은행…홍콩 ELS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2024년 신년사를 통해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요동치고 있고 날로 지능화되는 금융사기와 사고로 고객 신뢰를 높여 나가는 것이 은행 경영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에 대한 신속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정교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기 예방 체계 강화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에 올해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은행은 약 8조원 규모로 ELS를 가장 많이 판매했다. 특히 ‘고령층’ 가입자가 다수인 가운데 ‘불완전 판매’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피해 구제·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증권대행 부서 직원이 미공개정보로 12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발견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 ‘고객몰입 조직’ 강조한 신한은행…내부통제부터 강화하길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차별적 ‘고객몰입 조직’으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정 행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상생의 손길을 내밀고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로부터 고객들을 보호하며 보다 진정성 있는 ESG 경영, 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통해 신한만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 행장은 △고객몰입을 위한 실질적 변화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관점과 시야 확장하며 미래 준비 등을 발표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1조7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 펀드 판매사이면서, 대규모 내부 횡령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또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신한은행은 사기 3건(3억2000만원), 횡령 유용 4건(3억원)이 발생했다.

고객몰입 조직을 강조했지만 이들이 다져야 할 것은 ‘내부통제’ 강화다. 신한은행의 과제다. 과연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 달리하겠다는 하나은행…고객신뢰 회복이 우선

지난해 초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은행 은행장에 이승열 행장을 임명했다. 이승열 은행장의 연임 성공이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의 견조한 실적 등 경영 실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따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이자 장사’ 등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에 따라 성장 전략을 돌이켜봐야 한다”며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에 잠시 멈춰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이 ‘부정적 인식’을 언급한 것처럼 실제 하나은행은 횡령 사고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57억원대 횡령사고액 중 약 40억원, 사고 금액의 70% 정도를 회수했다.

하나은행에 우선은 ‘고객신뢰 회복’이다.

◇ 새해에는 ‘도덕성’을 반드시 지키자는 우리은행…횡령 금액 회수는 언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글로벌 등 우리가 가진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행장은 임직원을 향해 “새해에는 ‘도덕성’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는데 우리은행도 횡령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 금액이 732억 원대로 가장 컸다. 우리은행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18년도 한차례를 빼놓고 매년 횡령 사고가 터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약 8억원을 회수해 회수율이 1.12%에 그쳤다. 회수율이 1%를 겨우 넘는다.

조 행장은 “제도적 규제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이 도덕성에 근거해 업무에 임할 수 있어야만 우리 조직의 평판과 신뢰가 확립될 수 있다”며 “반드시 업무에 대한 도덕성을 근간에 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도덕성’을 강조하며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정비과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gyuri@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