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김)강민이도 없는데….”

SSG 추신수(42)가 2024시즌 ‘캡틴’으로 팀을 이끈다. 사실 은퇴를 생각했단다. 현역 욕심 때문이 아니다. 팀을 앞에 놨다. 더 좋아지게 하고픈 마음이다. 실제로 한 푼도 받지 않는다.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추신수는 “은퇴 생각은 항상 50대50이었다. (김)강민이가 생각지도 않게 한화로 가게 됐다. 후배들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나까지 없으면 뭔가 기둥을 잃고 흔들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울 때일수록 잡아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우리 후배들 다 동생 같다. 구단과 상의 끝에 현역 연장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최저 연봉에 대해서도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나도 안 받아도 됐다. 규약상 최저연봉이라도 계약은 해야 하더라.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큰 그림을 그리고, 더 강팀이 되기 위한 결정이다. 내 희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샐러리캡 사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정확한 금액은 몰라도, ‘여유가 없다’는 정도는 알았다. 지난해 10억을 삭감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한국에 올 때부터 금전적인 부분은 대화를 통해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돈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SG는 지난달 14일 추신수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2024시즌까지 뛰고 유니폼을 벗는다. 2024시즌은 1원도 받지 않는다. 일단 최저 연봉인 3000만원에 계약했다. 이 돈도 전액 기부다.

사실 지난해 ‘묘한’ 소문이 돌았다. ‘추신수가 2023시즌을 마친 후 SSG 감독이 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말 김원형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금방이라도 추신수가 지휘봉을 잡을 듯했다.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없었다.

추신수는 “얘기를 듣고 웃었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미국에서 오래 뛰었을 뿐이다. 지도자 준비를 한 것도 아니다”며 “내가 한국에서 3년 동안 있으면서, 선수로서, 팀메이트로서 괜찮아서 그런 말이 나온 것 아닌가 싶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이어 “일단 선수는 올해로 끝이다. 시즌 종료쯤이면 계획이 서지 않을까 싶다. 코치가 됐든, 프런트가 됐든, 생각이 있을 것 같다. 먼저 배워야 한다. 나는 미국에서 야구만 했다. 다른 쪽은 모른다. 어떤 제안이 오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역으로 1년 더 뛰기로 하면서 가족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좋게 말해서 설득이지, 내가 통보한 것이다. ‘이해를 좀 해달라’는 식이었다. 와이프가 나를 너무 잘 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누구보다 오래 봤다.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까지 봐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 번 더 해보는 것은 어떤지 묻더라. 미국도 내 또래 타자들이 없다. 3년간 자리를 비웠다. 어린 선수와 경쟁해서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굳이 그래야 하나’ 싶었다. 야구에 대한 진심을 아는 사람이다. (1년 더 하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마지막 시즌 ‘캡틴’으로 팀을 이끈다. “의외로 내가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나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 소통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듣고 싶다. 바른길로 가고, 좀 더 강팀이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 첫걸음이 되고 싶다”고 짚었다.

2024년 목표는 어떻게 잡았을까. 간단하다. ‘우승’이다. “2등 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2등 하려고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우승이 첫 번째가 아니라면, 이 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몸 관리만 잘하고, 컨디션 관리만 잘한다면 1년 내내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장기 이탈 부상이 나오지 않는다면 잘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팬들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이다. 아름답게 끝내는 모습 아닐까. 개인 성적은 욕심 없다. 큰 부상 없이, 시즌 잘 치러서 우승하고 싶다. 팬들께서 많이 와주셨으면 한다. 정말 큰 힘이 된다. 팬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은퇴를 결정하고 제일 먼저 생각난 것도 팬이었다”며 당부의 말을 더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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