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이기제(수원 삼성)의 최대 강점인 ‘왼발 크로스’는 클린스만호의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

이기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에 꾸준히 부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왼쪽 사이드백인 그는 ‘풀백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팀에서 오른쪽 사이드백 설영우와 함께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이름 올리는 건 예상했던 일이다. 이기제는 클린스만 체제에서 치른 10경기 중 6월 엘사바도르전을 제외한 9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다만 이기제는 소속팀인 수원 삼성에서는 지난해 9월30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이후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않았다. 이를 두고 축구 팬들은 ‘소속팀에서 뛰지 않는 선수를 대표팀으로 선발하는 게 말이 되냐’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실전 경기 감각과 컨디션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믿음을 보였다. 그는 이기제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올해 소집할 때마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은 늘 부족함이 없었다. 본인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 누구보다 프로답게 프로의 자세를 보여주는 선수다. 사이드백 고민은 늘 있었다. 아시안컵까지는 이기제, 김진수와 간다. 지금은 두 선수가 큰 대회를 치를 자질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기제는 6일(한국시간) 아시안컵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뉴욕대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에 선발로 출전해 본인 몫을 충분히 해냈다.

특유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가 돋보였다. 이기제는 한국을 상대로 내려선 이라크의 밀집 수비 사이를 노리는 왼발 크로스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전반 22분 이기제가 기습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에 크로스를 올렸다. 오현규가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지만 또 골키퍼 품에 안겼다. 전반 36분에도 문전으로 얼리 크로스를 붙이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등의 ‘주축’ 선수들을 후반에 투입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기제는 11명 가운데 골키퍼 김승규(알샤밥) 비롯해 박용우(알아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소화한 ‘4인’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최대 강점은 ‘날카로운 창’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과 황희찬, 이재성(마인츠), 황인범 등 공격진 면면히 화려하다. 개인 기량만 놓고 봤을 땐 단연 ‘우승’ 전력이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한 두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들의 밀집수비를 뚫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수비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이기제의 왼발이 또 다른 옵션으로 작용할 수 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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