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K뷰티 제2의 시장은 ‘중국’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최근 중국에 편중돼 있던 해외 매출을 북미, 유럽, 동남아 등 여러 국가로 고루 분산시켰다. 이들은 다국적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다급하게 해외판로를 넓힌 것은 타의적 선택이었다고 분석한다.

중국 내수 시장 침체 장기화와 중국 시장 내 궈차오 문화(애국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K뷰티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실적 효자였던 면세점과 중국 부진이 심화하자, 국내 화장품 업계는 북미와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돌파구가 절실한 이들은 북미에 가장 힘을 실으면서 동남아에도 매출판로를 넓히고 있다.

◇ 국내 대표 화장품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부진의 늪에 갇혀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17일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870억원으로 전년보다 31.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6조8048억원으로 5.3% 줄어들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등 국내외 경기침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매출 축소와 비용 상승으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오는 31일 결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이번에 부문별 성과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실적 악화는 생활용품·음료 부문이 아닌 화장품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이 지난해 4분기에도 중국 현지 수요 약세로 면세점을 포함한 대중국 매출이 30% 넘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대중국 매출 급감은 잦아들 것이나 중국 내 변화된 추세 등으로 수요 개선은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지난 9일 “LG생활건강은 중국 내에서 브랜드 리뉴얼 및 재정비를 진행 중이나, 럭셔리 제품인 더 후의 리뉴얼 성과를 단기간에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3조7636억원, 영업이익은 1226억원으로 각각 추정됐다. 이는 전년보다 9.0%, 42.8%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7일 “중국 소비 부진으로 설화수와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며 “손익분기점(BEP) 이상의 이익 증가가 가시화하고 중국법인 실적 개선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북미 이어 동남아 시장에도 드라이브 걸었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국 대체 시장의 빠른 확보에 나섰다. 북미·동남아 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매출 침체기를 끝낸다는 구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젊은 소비자층이 두터운 인구 구조의 동남아 국가를 주목한다. MZ 고객과 디지털화로 인해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더마 뷰티 브랜드 ‘에스트라’를 베트남 시장에 진출시켰다. 에스트라는 지난 22일 베트남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쇼피(Shopee)’ 브랜드관에 입점했다. 이어 베트남 현지 오프라인 멀티 브랜드 스토어인 ‘뷰티 박스(Beauty Box)’ 17개 전 매장에도 입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이커머스 시장 변화에도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MZ세대가 폭넓게 사용 중인 틱톡을 중심으로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전개해 지난해 진행된 미쟝센의 헬로버블 틱톡 챌린지를 진행한 결과 인도네이사와 태국에서 총 2억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또한 동남아 시장 공략에 가속화 한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고비용 구조의 매장을 축소하고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측은 “각 국가에 맞는 디테일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는 등 전략적인 브랜드 육성과 제품 출시를 병행해 국가간 시너지를 이끌어내고 효율적인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 시장은 럭셔리 브랜드의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력을 확보해 2027년 매출액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LG생활건강은 현지 법인을 통해 이커머스 채널인 ‘쇼피’ 내 오피셜 스토어의 형식으로 오휘, 숨, 빌리프 등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향후 온라인과 H&B스토어를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북미, 동남아로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도 기존에 힘써왔던 중국 시장 사업을 축소 혹은 포기하는 개념은 아닐 것이다”라며 “중국 시장 부진이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해도 아직 중국 시장을 대처할 국가는 없다. 아마 생존 전략을 고심하며 북미, 동남아 쪽에 더 많은 힘을 쏟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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