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이게 바로 ‘월드클래스’의 위엄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12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 승리하며 준결승(4강)에 진출했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캡틴’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사실 경기 내내 부진했다. 토트넘 홋스퍼와 한국 대표팀의 주장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슛 타이밍을 번번이 놓쳤고, 볼 터치도 부드럽지 않아 상대에게 소유권을 쉽게 내주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아쉬움을 남겼던 손흥민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빛났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4분이 기적의 시작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후 돌파를 시도했다. 다소 무리하게 공을 끄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호주 루이스 밀너는 손흥민을 막기 위해 태클을 시도했는데, 손흥민은 노련하게 먼저 몸을 움직였고 그대로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느린 그림으로 보면 밀너가 손흥민의 발목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이후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시원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고, 한국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연장전반 9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황희찬이 반칙을 얻어냈고,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공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호주 수비벽을 넘었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골키퍼인 매튜 라이언이 몸을 날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손흥민의 슛이 빠르고 정확했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선수 중 최고의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이번 대회의 스타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기대 속 대회에 나섰지만 손흥민은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호주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미친’ 활약을 펼치며 팀을 4강에 올려놨다. 괜히 월드클래스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경기였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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