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엔데믹 전환에도 불구 국내 면세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난 3년간 큰손 이용객이었던 중국 관광객이 과거와 변화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과거처럼 ‘싹쓸이’ 쇼핑이 아닌 맛집, 핫플레이스를 찾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면세업계에서는 중국 관광객의 여행패턴이 단체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뀐 것을 매출 감소 요인으로 꼽는다. 중국의 MZ세대 격인 바링허우(1980년생)와 지우링허우(1990년생) 세대가 다수인 개별 관광객들은 쇼핑 싹쓸이보다 체험·이동업종을 즐기며 과거와 다른 여행 트렌드를 즐기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면세점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로 이어졌고 국내 면세업계는 생존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 국내 MZ처럼 핫플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쇼핑업종 매출 비중은 감소했지만, 체험·이동업종 매출 비중이 증가했다
BC카드에 따르면, 2019년에 비해 2023년 입국자는 38.5% 감소, 결제 금액은 41.2% 감소했다. 반면 결제 카드 수는 7.2%, 결제 건수는 15.8% 줄며 상대적으로 적은 감소 폭을 기록했다.
2019년 업종별 매출 비중은 쇼핑이 79%로 압도적이었으나 2023년에는 58%로 크게 줄었다.
대신 음식료 매출 비중이 15%에서 26%로, 체험(즉석사진·노래방 등) 업종 매출 비중이 1%에서 7%로, 이동(짐보관·고속버스 등) 업종 매출 비중이 1%에서 4%로 늘었다.
또 서울 지역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9년 대비 2023년 성수동(973%↑), 여의도동(479%↑), 한남동(429%↑) 내 매출 건수가 급증했다.
중국 개별 관광객들이 국내 MZ세대처럼 인기 명소를 찾으며 트렌드를 쫓는 걸로 풀이된다. 실제 성수동, 한남동을 중심으로 MZ세대의 놀거리인 팝업스토어가 즐비해 있다.
반면 주요 면세점이 있는 소공동(90%↓), 잠실3동(88%↓), 장충동(77%↓) 매출 건수는 급감했다.
◇ “싹쓸이 쇼핑은 옛말”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전 중국 단체 관광객의 패키지 일정에는 면세점 쇼핑이 포함되었을 정도다. 그만큼 관광객은 면세점에서 기념품, 특산물, 기초 화장품 등을 구매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개별 관광객인 싼커들은 자유롭게 오랜 시간 국내를 머물며 명품 쇼핑, 인기 명소를 즐기는 모습이다.
지난 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7586억원으로 전년(17조8164억원)보다 22.7%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4조8586억원으로 25조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약 절반인 수준이다.
또 2022년 대비 내국인 매출은 1조4262억원에서 2조6859억원으로 뛰었다. 반면 외국인은 방문객이 156만명에서 602만명으로 4배 가까이 뛰었지만 매출은 16조3902억원에서 11조726억원으로 5조원 넘게 빠졌다.
이에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 보따리장수 ‘따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관광객 ‘싼커’에 주력하며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 위기의 면세점, 돌파구 모색
신세계면세점은 세계 10대 항공사 캐세이, 중국 3대 항공사 중국남방항공과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대형 신인 아이돌 TWS(투어스)를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향후 중화권 및 아시아의 개별 관광객을 적극 유입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롯데면세점은 MZ세대 개별 관광객을 겨냥해 이준호, NCT DREAM 등 모델 팝업을 비롯해 시미헤이즈뷰티, 잔망루피, 메디힐X빤쮸토끼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3CE’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기획세트 판매, 할인 프로모션 등 개별 관광객 대상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나아가 롯데면세점은 자체 직구몰인 ‘긴자 일본직구’와 해외 거주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OVERSEAS SHIPPING(역직구몰)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에이치디씨(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용산점 4층에 K패션 브랜드 존을 열고, 지우링허우 싼커들을 주력하고 있다. K패션 브랜드 존에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MARITHÉ FRANÇOIS GIRBAUD), 키르시(KIRSH), 벤셔먼(BEN SHERMAN), 우알롱(WOOALONG)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다.
면세업계는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가 밝힌 ‘2023년 매출분에 대한 특허수수료 경감 방안’도 기대 중이다. 정부는 지난 2020~2022년 매출분에 대해 특허수수료를 50% 경감해줬는데, 해당 지원을 1년 더 연장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 대상으로 3월께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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