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한국 축구 A대표팀 ‘임시 사령탑’에 예상대로 올림픽축구대표팀 황선홍 감독이 선임됐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전력강화위)는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A대표팀 사령탑 선임 관련 3차 회의를 열고 내달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황 감독은 내달 21일(서울)과 26일(방콕) 예정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지휘한다.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23세 이하(U-23) 아시안컵(4월)을 대비한 황 감독은 애초 A매치 기간 중동으로 날아가 평가전을 치른 뒤 결전지인 카타르에 입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두 집 살림’을 하게 되면서 황 감독을 제외한 올림픽팀 기존 코치진이 선수단을 책임지게 됐다.

황 감독은 A대표팀 코치진을 별도로 구성한 뒤 태국전을 치른다. 이후 4월15일부터 5월3일까지 열리는 카타르 U-23 아시안컵 지휘봉을 잡는다. KFA는 5월 초 정식 감독을 뽑기로 했다. 황 감독은 내달 11일 태국과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향후 계획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KFA는 최근 성인 아시안컵 4강 탈락과 선수단 내분 등으로 리더십을 실종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력강화위를 새롭게 구성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1차 회의 직후 리더십, 전술 역량, 육성 능력, 명분 등을 모조리 언급,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선임 조건을 내놓으며 비판받았다.

또 당장 내부 수습을 명분으로 이른 시일 내에 정식 감독을 선임할 뜻을 보였는데, K리그 현역 감독을 우선순위로 두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울산HD의 K리그1 2연패를 이끈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FC서울 김기동 감독 등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렸다. 소속팀 팬은 격노했다. 내달 K리그 개막을 앞두고 KFA가 감독을 빼가려고 한다며 “리그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K리그 감독은 본의 아니게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전력강화위는 사흘 뒤 열린 2차 회의에서 ‘3월 임시 감독 체제’로 선회했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여론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줬다.

결국 임시 사령탑 구상에서 일찌감치 ‘1순위’로 거론된 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황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현 A대표팀 주력 요원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설영우(울산),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을 지도하며 남자 축구 3연패를 이끌었다.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성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현재 A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건 ‘원 팀 리더십’이다. 아시안컵 직후 밝혀진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은 최근 두 사람의 화해로 종결됐지만, 여전히 내부에 ‘파벌설’ 등이 잔존한다. 이강인 등 젊은 세대를 중용한 황 감독이 중재자가 될 수 있다.

그는 또 포항 스틸러스의 더블(2관왕)을 이끄는 등 오랜 기간 K리그 사령탑으로도 활동하며 국내 리그 선수의 장, 단점도 잘 안다. 클린스만호에서는 K리거가 유럽파와 비교해서 존재 가치가 떨어지고 소외당한다는 인상이 짙었다. 황 감독은 국내-해외파를 고루 아우르는 능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KFA 내부에서는 황 감독을 제외하고는 현장 감각을 유지하면서 어수선한 대표팀 상황을 수습할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복수 축구인은 황 감독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일찌감치 ‘두 집 살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귀띔했다. 결국 그는 한국 축구 A대표팀과 올림픽팀을 겸임, ‘두 마리 토끼 사냥’이라는 중책을 안게 됐다.

한편, A대표팀과 올림픽팀을 겸임하는 건 고인인 핌 베어백(네덜란드) 감독 시절이던 2006년 7월부터 2007년 8월(A대표팀, 도하 아시안게임·베이징 올림픽 예선) 이후 17년여 만이다. 그에 앞서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도 1999년 1월부터 2000년 9월(A대표팀, 시드니올림픽)까지 두 대표팀을 지휘한 적이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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