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건우통신원·김용일 기자] “아시안컵에서 돌아와 다시 골을 넣어 정말 기쁘다.”

오랜만에 보는 환한 미소다. 축구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32)이 2개월 만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득점포를 가동,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악몽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

그는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와 홈경기에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 팀이 2-1로 앞선 후반 43분 쐐기포를 해내면서 3-1 완승을 이끌었다.

이견 없는 ‘맨 오브 더 매치(MOM)’, 믿고 보는 ‘손 톱(SON TOP)’이었다. 지난 1월1일 본머스전에서 리그 12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후 아시안컵 국가대표 차출로 장기간 자리를 비웠다. 최근 복귀해 2경기를 뛰었으나 도움만 기록했다.

보란 듯이 ‘팰리스 천적’의 위용을 떨치며 13호 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팰리스전 통산 16경기에서 9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후반 43분 미드필드 왼쪽 지역에서 브레넌 존슨의 패스를 받은 그는 40여m 폭풍 같은 드리블로 문전까지 질주했다. 팰리스 수비수가 따라붙었으나 속도로 제압했고 문전에서 오른발 쐐기포를 해냈다. 과거 푸스카스상을 안긴 번리전 70m 원더골을 떠올릴 만한 득점이다.

무릎을 다쳐 전열에서 이탈한 히샬리송(브라질) 대신 원톱으로 복귀해 뛴 그는 전반 18분 마법 같은 스루패스로 동료 공격수 티모 베르너에게 일대일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베르너의 슛이 골키퍼에게 걸리면서 도움 포인트를 놓쳤다. 후반 9분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때린 오른발 슛이 골대를 때리면서 불운이 지속했다.

팀도 후반 14분 상대 미드필더 에베리치 에제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하지만 상대 수비 실책을 틈타 후반 32분과 35분 각각 베르너,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연달아 득점하며 점수를 뒤집었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후반 막판 손흥민이 상대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포를 터뜨리면서 집념의 공격 포인트를 작성한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 겨울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소망한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카타르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요르단과 4강에서 충격패한 데 이어 대표팀 내분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며 크게 마음고생했다. 그러다가 최근 후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런던으로 찾아와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몸과 마음을 재정비한 그는 팰리스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반등의 디딤돌을 놨다.

손흥민은 구단 미디어를 통해 “거의 50m를 달려서 힘들었지만 상대 앞에서 볼 터치를 잘해서 나를 건드릴 수 없게 하고자 했다”며 “골문 앞,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에서 최대한 침착하려고 한다. 너무 흥분하면 원하는 대로 공을 찰 수 없고 득점에 실패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토트넘 주장’으로 품격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전반 베르너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을 때 먼저 다가가 독려했다. 베르너는 손흥민이 아시안컵 차출 기간 대체자로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긴급 임대 이적한 자원이다. 그러나 과거 첼시에서 실패했을 때 드러낸 골 결정력 부재로 질타받았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의 응원을 받은 뒤 후반 귀중한 동점골을 해냈다. 손흥민은 “베르너는 골을 넣을 자격이 있다. 그가 득점해 정말 기쁘다”며 자기 일처럼 즐거워했다.

각종 축구 통계업체는 손흥민에게 양 팀 최고 평점을 매겼다. ‘풋몹’은 8.6점을 줬고, ‘후스코어드닷컴’은 8.13을 매겼다. 또 팬이 뽑는 MOM에서도 58.1% 지지를 얻으면서 존슨(15.1%)를 여유 있게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의 활약은 오는 21일(서울)과 26일(방콕)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지휘하는 A대표팀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도 웃게 한다. 황 감독의 최대 난제는 대표팀 내분을 완벽하게 수습하고 손흥민과 의기투합해 재건하는 것이다. 손흥민이 정상궤도에 들어서면서 황 감독은 더욱더 추진력을 얻을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