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드라마 소재나 스토리, 연기력 모든 면에서 시청자들의 보는 눈이 높아진 시대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1030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두 편의 드라마가 젊은 세대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 눈길을 끈다.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전문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3월 4일부터 10일까지 TV-OTT 드라마와 비드라마 대상 포털 검색반응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 189편의 콘텐츠 관련검색이 총 22,427,510회가 발생한 가운데, 김수현, 김지원 주연 tvN ‘눈물의 여왕’(2,230,440회)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김남주, 차은우 주연의MBC ‘원더풀 월드’, 3위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 순이었다.

포털 검색 이용자의 연령별 조사 결과 ‘피라미드게임’은 10대들에게 1위를 차지했다. 20대와 30대는 ‘눈물의 여왕’을 선택했다. 두 드라마는 어떻게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했을까.

◇ 학교 내 차별·폭력에 맞서는 주인공…10대들의 사이다 ‘피라미드 게임’

‘피라미드 게임’은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 다크 하이틴물이다. 학생들은 ‘피라미드 게임’ 투표를 통해 A등급부터 F등급까지를 결정하고, F등급은 합법적 왕따가 된다.

피라미드에는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가 뒤섞여 있다. 전학생 성수지(김지연 분)는 ‘D등급 동맹’을 통해 피라미드를 무너뜨리기로 하고 게임의 설계자이자 A등급 백하린(장다아 분)에 맞선다.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폭력과 서열 싸움 등을 다루며 차별과 폭력에 침묵하는 사회 현실을 꼬집었다. 배경이 학교라는 점과 학교폭력이라는 현실과 맞닿은 소재에서 10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지연(보나), 류다인, 강나언, 하율리, 장다아, 신슬기 등 젊은 배우들의 출연도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친언니로 알려진 장다아가 화제성을 견인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2023)가 문동은(송혜교 분)의 처절한 복수를 그렸다면, ‘피라미드 게임’은 문제 해결 방식으로 복수를 택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반 전체에 만연한 차별과 폭력의 시스템을 없애는 것에 집중했다. 통쾌한 복수만이 사이다 해결법은 아니다. 성수지가 학교폭력과 피라미드 권력 구조에 당하고만 있지 않고 “난 그냥 피라미드 게임을 쳐부술게”라고 선언하며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도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성수지가 백하린을 상대로 고도의 두뇌 싸움과 심리전을 펼치는 모습 역시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자신과 뜻을 함께 할 친구들을 모으는 과정에는 우정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담겼다.

◇ 2030 스타 김수현·김지원 만났다…성 역할 전복시킨 재벌 로맨스물 ‘눈물의 여왕’

‘눈물의 여왕’은 용두리 출신으로 대기업 퀸즈 그룹에 입사한 ‘개룡남’ 백현우(김수현 분)가 퀸즈 그룹 재벌 3세인 홍해인(김지원 분)과 결혼하며 벌어지는 ‘처월드’를 그렸다.

세기의 로맨스로 핑크빛 미래를 꿈꿨지만 결혼 3년 차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백현우는 아내 집안 제사상을 차리는데 동원되고, 처남 회사에 차출되는 등 고난이도 처가살이를 겪었다. 게다가 자기 편이 되어 주지 않는 아내의 무심함에 지쳐 이혼을 꿈꿨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그런데 결혼 후 애정이 식었습니다’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젊은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했다.

또한 재벌 남성과 평범한 여성의 만남을 다룬 기존 드라마와 달리 재벌 여성과 평범한 사원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사위들이 제사 준비를 한다는 점에서 성 역할을 전복시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눈물의 여왕’은 젊은 시청자층, 또는 여성 시청자층이 선호하는 재벌이 나오는 로맨스물의 변형 형태”라며 “기존에는 남자가 재벌이었다면 이번에는 여자가 재벌로 나온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준다”고 분석했다.

비주얼적인 부분도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988년생 김수현, 1992년생 김지원의 케미는 비슷한 나이대 시청자를 끌어들일 흡입력을 갖췄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김수현, 김지원 배우의 스타 파워다. 두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외모적인 부분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BS ‘별에서 온 그대’(2013),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KBS2 ‘태양의 후예’(2016), ‘쌈, 마이웨이’(2017) 등을 보고 자란 2030 세대에게 김수현과 김지원의 만남은 방송전부터 기대와 설렘을 안겼다. 자연스럽게 극 중 재벌 3세인 김지원의 럭셔리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극 중 김지원이 사직서를 내고 고향 용두리로 돌아간 김수현을 찾으러 간 장면에서 입은 크림색 재킷 가격대가 680만 원대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결정적으로 “드라마가 재밌고 잘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인 시청자가 선호하는 건 놀랍지 않다”고 짚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도 “드라마 자체가 깔끔하게 나오고 있다”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모인 드라마이기 때문에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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