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나도 선수 시절 그랬던 적이 있다. (설)영우는 지금 그라운드에서 뭘 해도 원하는대로 된다.”
울산HD 홍명보 감독은 ‘애제자’ 설영우(26)의 최근 오름세에 이런 말을 했다. 연령별을 거쳐 국가대표팀까지 장기간 대표 선수를 지도한 적이 있는 그는 설영우가 최근 막을 내린 아시안컵 직후 ‘고성장 그룹’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 적이 있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통하는 설영우는 울산에서 핵심 요원으로 뛰며 K리그1 2연패 주역 구실을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활약하면서 병역 특례 혜택까지 받은 그는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첫 메이저 대회인 아시안컵에서도 중용됐다.
비록 한국이 4강에서 탈락했지만 설영우는 매 경기 발전하는 경기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홍 감독의 예상처럼 설영우의 성장 곡선은 뚜렷했다. 세르비아리그의 강한 오퍼를 받을 만큼 유럽에서도 그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한마디로 축구에 눈을 떴다. 그동안 매 경기 ‘프로에서 생존’이라는 화두로 사력을 다했다. 여전히 온 몸을 던지지만 이젠 여유와 넓은 시야까지 장착했다. 특히 수비력을 넘어 공격에 가담했을 때 임팩트가 도드라진다.
지난달 15일 반프레 고후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 땐 문전에서 전문 공격수 못지않은 반박자 빠른 템포의 슛으로 팀의 3-0 대승을 견인했다. 12일 전북 현대와 ACL 8강 2차전(1-0 승)에서는 루빅손의 크로스를 정확한 오른발 인사이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해 결승골을 기록했다. 17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3-3 무)에서도 마틴 아담에게 정교한 크로스를 연결, 팀 세 번째 골의 도화선 구실을 했다.
자연스럽게 A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에게도 설영우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황 감독이 이미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그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한 적이 있다.
A대표팀의 화두 중 하나는 ‘풀백 개혁’이다. 그간 대표팀에서 장기간 활약한 베테랑 이기제(수원 삼성)와 김태환(전북 현대)은 이번 태국과 월드컵 예선 2연전 명단에서 빠졌다. 이명재(울산HD)와 김문환(알 두하일)이 새롭게 가세했다.
그럼에도 중심은 설영우다. 그의 최대 장점은 좌,우 모두 높은 수준 경기력을 뽐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술 이해도가 으뜸이다. 과거 홍 감독은 3선 공백이 발생했을 때 설영우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겨 뛰게 한 적도 있다.
대표팀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원은 ‘멀티 재능’이다. 설영우가 황 감독 체제에서 A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