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2024 KBO리그 개막 2연전에서 피치클락 위반사례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극명하게 갈린 두 팀이 있다. KT와 롯데다. 베테랑인 KT 이강철 감독과 롯데 김태형 감독은 나란히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실제로 해보니 완전히 달랐다.

롯데는 SSG와 치른 개막 2연전에서 피치클락을 30회나 위반했다. 상대팀인 SSG가 24차례 위반해 눈길을 끌었다. 10개팀 중 열차례 이상 피치클락을 위반한 팀은 한화(13회) 두산(10회) 등 네 팀으로 집계됐다. 반면 KT는 단 한 차례도 위반사례 없이 개막 2연전을 치러 대조를 이뤘다.

KT와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똑같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KT 이강철 감독은 “빠른 선수가 많은 팀은 피치클락 찬성하지 않겠나. 우리는 뛰는 선수가 없다”며 “시범경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도 반대했다. “경기 시간을 줄이려고 야구 자체를 많이 바꾸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며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줄이겠나. 견제 횟수를 줄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KT가 가장 모범적이었다. 의외였다. 준비의 차이다. 당초 이 감독은 시즌 구상에 피치클락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틀을 다르게 짰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피치클락 대비가 잘된 사례다.

KT 제춘모 투수코치는 “감독님께서 주문하신 내용이 있다. ‘잡동작을 없애고, 공을 받으면 바로 던져라’고 했다. KT만의 메뉴얼을 만들자고 하셨다. 피치클락 때문이 아니다. 아예 언급조차 못 하게 했다. 투수들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니까. 대신 애초에 빠른 템포로 던지게 했다. 모자 만지고, 유니폼 만지고 하다가 자칫 안 좋은 습관이 붙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올시즌 피치클락을 아예 무시하기로 한 모양새다.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까지 다양하게 위반했다. 투수 20회, 타자 9회, 포수 1회다. 애런 윌커슨은 8회나 위반했다. 선수들이 어려움을 토로하자 김 감독은 “신경 쓰지 말고 투구하라고 했다”며 “결국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SSG도 위반이 적지 않았다. 배영수 투수코치는 “루틴이 긴 선수들이 좀 있다. 피치클락에 신경을 쓰다가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있더라. 당장 고치는 것보다, 조금씩 적응하게 만들려 한다. 결국 해야 할 부분 아니겠나”고 짚었다.

불만은 어쩔 수 없다. 잘 지키는 팀만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팀이 적응해야 한다. 내년에 가서 또 볼멘소리하며 유예해달라고 해선 안 된다.

세계적인 흐름이다. 당장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도입할 움직임이 보인다. 우리만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