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창단, 빼어난 실력 등 훈훈한 매력으로 씨름 제2전성기 선도
지난해 영암군민 공론화 거쳐 존치 결정, 지역민의 씨름단 도약 나서
영암군 전용 씨름연습장 건립 속도, 씨름단 국립 민속씨름원 구상도
[스포츠서울|조광태기자] 전남 ‘영암군’ 하면 떠오르는 말은 뭘까?.
월출산, 무화과, 한우, 대불국가산업단지…. 영암군을 대표하는 이 콘텐츠 목록에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할 단어가 있다.
명절이면 무심코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우연히 만났을 수도 있는 이름이다.
하지만 6만 영암군민과 전국 16만 영암군 향우는 이 이름에서 단단한 공감과 뿌듯한 자긍심을 함께 느낀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영암군민속씨름단(감독 김기태)’이다.
1980~90년대 민속씨름은 이만기, 강호동 등 슈퍼스타를 배출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이후 긴 침체기를 겪다가, 최근 전국의 관심을 받으며 서서히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씨름 재도약의 발판도 착착 다져지고 있다. 2017년 무형문화재 제131호 지정, 2018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문화유산 등재,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K-씨름 진흥방안 발표 등이 이어졌다.
영암군민속씨름단 선수들이 씨름 제2의 전성기를 선봉에서 이끌고 있다.
이들은 빼어난 실력과 재기발랄한 입담 등 훈훈한 매력으로 여느 인기 스포츠 선수 못지않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동시에 영암군을 전국에 알리는 홍보대사 노릇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암군민속씨름단 지역 대표 콘텐츠로 부상
영암군민속씨름단의 역사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조선업계에 닥친 불황은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그늘을 드리웠다.
대한민국 조선업의 전초기지였던 전남 서부권의 4,000여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국내 마지막 프로씨름단인 현대삼호중공업의 현대코끼리씨름단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씨름단은 해체 수순을 밟았고, 소속 선수들에게는 대회 출전도 여의찮은 암울한 상황이 이어졌다.
모두 어렵던 시절, 씨름단 선수들의 손을 잡아준 것은 영암군민. 2017년 1월 13일, 영암군은 ‘대한민국 제1호 민속씨름단’의 이름으로 영암군민속씨름단을 창단했다.
새 둥지를 마련한 영암군민속씨름단 선수들은, 영암군민의 결단에 보답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했다.
그 노력은 전국 씨름판을 뒤집기에 충분했다. 2017년 창단 이후 올해 3월까지 장사 66회, 전국체전 금메달 6회, 단체전 우승 10회, 총 82회 우승의 압도적 성적으로 영암군민의 성원에 보답했다.
영암군민속씨름단은 해마다 늘어가는 운영비 등으로 우여곡절도 겪었다.
2022~2023년 6차례의 공론화위원회, 2차례의 주민 설문조사를 거쳐 영암군민은 민속씨름단의 존치를 결정했다. 그
동안 씨름단을 둘러싼 잡음을 일단락하고, 존치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지역민의 씨름단으로 발돋움할 초석을 닦았다.
■공론화 과정 거치며 영암군민 씨름단으로 발돋움
영암군민은 공론화 과정에서 영암군과 영암군민속씨름단에 ‘지역과 함께하는 씨름단 운영’의 취지로 5가지 숙제도 제시했다.
▲인건비·전지훈련비·운영비·후원금의 체계적 투명한 운영 ▲씨름단 예산 국·도비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영암군 홍보 스포츠 마케팅 실시 ▲최고 씨름단 육성 및 선수 보호 ▲씨름 꿈나무 육성 선수단 재능기부가 그 내용이다.
영암군은 영암군민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 <영암군청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개정했다. 나아가 후원금 모금·집행을 위해서 정식 후원회 발족도 준비하고 있다.
씨름단 예산확보를 위해 지역 연대 강화에도 나선다.
전국 민속씨름단 운영 지자체와 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국비 예산지원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그 전 단계로 씨름단 운영 지자체와 대한씨름협회가 민속씨름 활성화와 씨름단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워크숍도 제안할 계획이다.
■영암군 조례 개정, 전용 씨름훈련장 건설 속도
전용 씨름훈련장 건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 최고 씨름단의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영암군민이 언제나 씨름단의 훈련 장면을 관람할 수 있는 대민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역사회의 집중투자를 받는 우수선수가 영암군민속씨름단 대표선수로 성장하고, 전국 씨름단의 과열 영입 경쟁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보호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다른 스포츠 사례를 검토해 관련 시스템 정비안을 대한씨름협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영암군민속씨름단도 영암군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영암군 홍보와 스포츠 마케팅 노력이 대표적 예이다. 씨름단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친근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유튜브를 포함한 방송 출연 등으로 꾸준한 영암군은 알리고, 각종 사회공헌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을 선보이며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이끌고 있고, ‘잡채기’ 기술이 주특기인 씨름단 주장 최정만 장사는, 이 기술을 써서 승리할 때마다 10만원씩 적립하는 ‘사랑의 잡채기’ 행사로 모은 기부금을 체육진흥기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씨름단 팬을 중심으로 포털 네이버밴드에 공식 서포터즈도 생겼다.
씨름단 선수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인기를 더해가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영암군은 여기에 씨름단을 대표하는 캐릭터와 굿즈도 개발·판매해 수익도 창출하기로 했다.
■마케팅, 재능기부 등으로 군민에게 다가가는 씨름단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지역 우수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영암 초·중·고와 연계해 방과 후 학습 등 학교 체육에 씨름 프로그램을 접목에 나선다.
지역 청소년들의 씨름 관심도를 높이고, 재능있는 학생은 세한대학교 씨름단과 프로선수단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역 양성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씨름단 재능기부 → 청소년 씨름 관심 증대 →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 활약 → 은퇴 후 연수 및 지역 지도자 정착 → 청소년 교육’으로 이어지는 K-씨름 선순환구조를 지역에 구축해 민속 스포츠 진흥과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칭 ‘국립 민속씨름원’ 건립 구상도 마련 중이다.
‘대한민국 최강’ 영암군민속씨름단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해 씨름 품새와 교과 개발, 지도자·선수 육성 등 K-씨름 진흥의 지역 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암군도 씨름 아카이브센터와 교육관, 체험관, 전용훈련장 등을 갖춘 국립 민속씨름원 건립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지 제공을 포함한 행·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영암군민속씨름단 김기태 감독은 충남 청양군, 윤정수 코치는 인천광역시, 최정만 장사는 경기도 수원시, 최성환 장사는 경북 경주시, 차민수 장사는 부산광역시, 김민재 장사는 전남 장흥군 출신이다.
씨름단 17명 선수와 코칭스테프의 출신지는 서로 다르지만, 영암에서 땀 흘리고, 영암의 농특산물로 체력을 기르고, 영암을 대표해서 모래판을 평정하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는 월출산의 정기를 받기 위해 천황봉을 오르고, 최선을 다한 대회 뒤에는 다시 영암군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영암인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영암군민과 팬들은 좋은 성적에는 함께 기뻐하고, 부상과 부진에는 함께 아파하며 씨름단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스포츠단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견인해내는 전국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9세기 영국 맨체스터는 산업혁명의 중심이었다.
1950년대 이후 제조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다가, 영국 국가 스포츠인 축구를 기반으로 세계 도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세계적 축구클럽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연고지로 이름이 높다. 영암군도 영암군민속씨름단과 함께 스포츠로 지역의 활력과 명성을 얻을지 기대된다.
chog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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