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4선 도전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AFC 집행위원회는 AFC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AFC 회장과 5명의 부회장, 각 지역 연맹에 할당된 쿼터에 따라 선출된 집행위원들까지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동아시아에는 6장의 집행위원 쿼터가 배정된다. 이번 총회를 통해 비어 있던 한 자리를 정 회장이 차지했다. 정 회장은 이번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해 AFC 정관에 따라 투표 없이 추대로 선임됐다.

축구계에서는 정 회장의 집행위원 추대를 4선을 위한 초석으로 본다. 집행위원의 임기는 2027년까지다. 앞으로 3년이나 남아 있다. 반면 정 회장의 협회 임기는 2025년 1월 종료된다. 협회장직을 내려놓고 AFC 집행위원으로 일하는 그림은 부자연스럽다. 당연히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이미 3선 임기를 보내고 있다. 2013년 처음 당선한 후 2017년 재선, 2021년 다시 한번 자리를 지켰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 임기는 4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다만 임원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임 횟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이미 2021년 이 절차를 밟아 3선에 성공했다. 4선을 위해서는 또 체육회 스포츠공정위권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 2월, 3선을 노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우리 공정위가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잘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AFC 집행위원에 추대되면 체육회에서도 그의 4선 도전에 제동을 거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AFC라는 거대 조직의 집행위원이 정 회장에게는 무기인 셈이다.

문제는 정 회장을 향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보내는 동안 한국 축구는 유례없는 ‘흑역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승부 조작 축구인 사면 시도가 서막이었다. 당시 정 회장은 여론 동의 없이 사면을 시도하다 거센 저항에 직면해 고개를 숙였다. 당시 정 회장은 이미 커리어가 끊긴 것과 다름없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해 비판받았다. 우려대로 클린스만 감독은 무능력, 무책임으로 일관하다 올해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한 후 짐을 쌌다.

정 회장의 독단적이고 사려 없는 선택이 ‘황금 세대’를 낭비한 셈이다. 설상가상 정 회장은 올해 황선홍 감독에게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동시에 맡겨 2024 파리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참사를 자초했다. 정 회장이 깊이 관여하는 일마다 바닥을 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무능력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유 없는 반대는 없다. 대한양궁협회만 봐도 2005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지만, 그의 재선에 그 누구도 반대 깃발을 들지 않는다. 양궁협회는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그는 현재 5선 임기를 보내고 있다. 일을 잘하면 20년 동안 지지와 박수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

축구계 대다수 관계자도 정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는 레이스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어 보이는 한국 축구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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