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매번 작품을 끝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후련해요.”
이민재가 지난 28일 종영한 JTBC ‘하이드’를 마친 소감을 남겼다. ‘하이드’는 어느 날 남편이 사망하면서 믿기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 나문영(이보영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민재가 맡은 도진우는 학창 시절 여자친구를 덮치려는 무리와 싸우던 중 한 명이 사망해 살인죄로 감옥에 수감됐다. 출소 후 여자친구와 사이에서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아이를 찾기 위해 하연주(이청아 분)에게 이용당하게 됐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제 역에 대한 걱정이 없을 정도로 재밌었어요. 그리고 선배들이 나온다는 걸 보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였던 거 같아요. 이후 대본을 읽으면서 딸이 태어난 줄도 몰랐던 사람의 감정은 어떨지, 고의는 아니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수감된 사람의 감정이 궁금했어요. 그런 표현에 대한 부담이 생기면서 어려웠던 거 같아요. 그런데 현장에 가서 분장 후 카메라 앞에 서니 그 감정이 저절로 나왔어요. 딸의 사진을 처음 보는 장면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뭉클한 동시에 씁쓸하면서 오묘한 감정이 저절로 나왔어요. 진우와 나이 차이도 나고 아직 해보지 못한 경험이 어려웠지만 촬영하면서 만들어 갔던 거 같아요.”
‘하이드’는 방송 전 이보영, 이청아, 이무생 등 여러 경험이 많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SBS ‘치얼업’(2022), tvN ‘일타 스캔들’(2023) 등에서 또래 배우들과 합을 맞췄던 이민재에게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는 없었던 거 같아요. 선배들이 워낙 잘 대해주시는 덕에 또래에게서 배울 수 없는 걸 선배께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법을 배웠어요. 선배들은 현장에서 연기자로 해야 하는 게 많은데도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그런 부분을 배울 수 있었어요, 고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잘 대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했죠. 그런 부분을 잘 배워 나가야 할 거 같아요. 또, 워낙 대단한 선배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제가 작품에 누를 끼칠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선배들이 밥을 사주시면서 조언해주신 덕에 힘을 얻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이민재에게 ‘하이드’는 이제껏 했던 작품 중 가장 어두운 작품이다.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일상의 ‘이민재’를 찾아가는 것도 숙제가 됐다.
“‘하이드’를 하면서 몰입하고 긴장했는지 몸에 반응이 왔던 거 같아요. 저는 친구도 많이 없고 주변에 가족이나 회사 식구들 아니면 말할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대표님이 어느 날 제게 ‘민재가 아니네?’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저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하이드’ 촬영 후에 대표님께서 ‘이제 민재 됐네’라고 하시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무서웠던 거 같아요. 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살인자, 사이코패스를 맡았을 때 어떻게 변할지, 저라는 사람을 어떻게 잡고 가야 할지 그런 데서 고민하게 됐어요.”
중학교 때까지 운동했던 이민재에게 연기자라는 꿈은 KBS2 ‘태양의 후예’(2016)를 보고 시작됐다. 송중기 같은 직업군인을 생각했던 그는 할머니의 적극적인 권유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어릴 적 드라마 볼 때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그 정도로 연기에 대해 무지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운동을 그만뒀고 그제야 나중에 뭘 할지 생각해봤던 거 같아요. 같은 반 학생들은 이미 다 꿈이 정해졌더라고요. 그 가운데 저만 꿈이 없었고 빨리 정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러다가 ‘태양의 후예’를 보는데 특전사 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배우를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먼저 뜨는 연기 학원을 검색해서 무작정 들어갔어요. 그냥 해보자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거 같아요.”
최근 넷플릭스 ‘약한영웅 Class 2’의 촬영을 마친 이민재는 최근 휴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작품 활동 중에는 잠을 잘 자지 못해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는 최근 2년간 쉼 없이 열심히 달려왔어요. 예전에 선배들이 휴식을 안 취해도 되는지 알 같은 건 생기지 않는지 물어봤어요. 그때는 잘 몰랐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점점 역이 커지고 그러다 보니 저도 긴장했나 봐요. 운동을 안 했는데도 알이 배기고 몸이 쑤셔요. 그걸 말하니 선배들이 ‘드디어 왔구나’라고 하면서 휴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했어요. 이민재라는 사람으로 돌아오기 위한 휴식이 필요한 거 같아요.”
앞선 작품에서는 청춘을 반영했던 이민재는 ‘하이드’에서 급속 성장한 모습으로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성공적인 연기 변신에도 이민재는 아직 ‘배우’라는 직업이 어색하다고 밝혔다.
“저는 늘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제게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요. 저는 아직 그만한 가치가 없기도 하지만 ‘배우 이민재’라는 이름은 아직 쑥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하고 있는, 연기자라고 자주 소개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제 이름이 출연진에 있을 때 한번 볼만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제가 생각한 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고스란히 펼칠 수 있을 때 배우라고 불릴 수 있을 거 같아요.”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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