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드라마와 영화, OTT를 막론하고 시대극 붐이 일고 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
미술이나 의상 등에서 예산이 많이 투입될 뿐 아니라 PPL을 활용하기도 힘들어, 제작 파트에선 오랫동안 피해 온 장르다. 그런 측면에서 시대극이 각종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은 이례적인 대목이다. 게다가 송강호를 비롯해 이제훈, 김태리, 하정우, 故 이선균 등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점도 뜻깊다.
시대극은 독특하게도 영웅적 서사를 담보한다. 최근 종영한 MBC ‘수사반장1958’은 권력을 쥔 캐릭터들의 악행을 전면에 다루면서 당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렸다. 정의와 낭만을 가진 형사 박영환(이제훈 분)이 악을 무찌르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전쟁 후 정치권마저도 시스템이 전무했던 1950년대 말을 다룬 ‘삼식이 삼촌’은 주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것에 온 힘을 바치는 박두칠(송강호 분)로 당시를 바라본다. 모든 일에 관여하면서 조금씩 의미 있는 길을 걷는 박두칠을 통해 힘겨웠던 시대의 희망을 그린다.
이외에도 김태리 주연 tvN ‘정년이’는 1950년대 전쟁 직후 여성 국극단에 입성한 정년(김태리 분)을 통해 여성 영웅서사를 펼칠 전망이다.
비행기가 납치 된 일촉즉발의 상황을 다룬 영화 ‘하이재킹’ 역시 납치범을 달래면서 승객을 끝내 보호한 부기장(하정우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1970년대 대통령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행복의 나라’는 한 시대를 끝낸 인물들을 재해석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현시대가 가진 결핍을 역사에서 찾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적으로 양극단으로 펼쳐져 대립하고 있는 모습은 1950~60년대와 오히려 더 닮았다”며 “요즘에는 시스템이 갖춰져 개인이 영웅적인 모습을 펼치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었다. 현재 볼 수 없는 걸 대리 경험한다는 점에서 시대극은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장점이 있긴 하지만, 시대극은 현대물과 달리 손이 많이 간다. 세트장도 대규모로 지어야 할 뿐 아니라 의상, 소품, 헤어·메이크업 등 고증의 영역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논란에 휘말리기 쉽다. 예산이 커지는 반면 PPL로 메우기도 쉽지 않다. 배우들도 당시 느낌을 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시대극과 사극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이루고 문화강국으로 발전해가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와 역사에 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준익 감독은 “한국은 경제성장을 넘어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K-콘텐츠의 알맹이 중 하나가 역사다. 한국은 세계인이 놀랄만한 상품을 만들었다. ‘한국은 어떤 역사가 있어 이런 강국이 됐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제나 영웅을 원한다. 한국의 영웅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시대극은 앞으로 더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