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이참에 한 번 휴식 주는 것도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승부처는 7·8월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리그 전체에 부상자가 속출할 때 순항하면 자연스럽게 목표에 다가간다. 즉 여전히 한여름 승부를 준비하는 ‘빌드업’ 기간이다. 작은 부상도 조심히 바라보고 복귀 시점에도 여유를 준다. 토종 에이스 임찬규 이탈에도 서두르지 않는 LG다.

고지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지난주 5승 1패. 최근 10경기 9승 1패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두산을 상대한 주말 3연전을 쓸어 담으며 단독 2위가 됐다. 3일 기준 1위 KIA와 불과 1.5경기 차이. 디펜딩 챔피언의 정상 탈환이 다가오는 모양새다.

그런데 사령탑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현재 순위표를 신경 쓰지 않으며 1위에 오른다 해도 금방 내려갈 전력이라 자평한다. 우승 욕심이 없는 게 아니다. 마지막에 웃어야 함을 잘 알고 있기에 급발진 ‘절대 금지’다.

선발진 운용만 봐도 그렇다. 개막 로테이션을 유지하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완주를 위한 휴식을 계획한다. 지난달 8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최원태가 그랬다. 5월7일 투구 중 불편함을 느꼈고 곧바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엉덩이 근육 부위인 중둔근 통증으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게 됐는데 염경엽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에 최원태에게 휴식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원태는 앞으로 두 차례 정도 더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언제 휴식을 주는 게 가장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 휴식을 예고했다. 5월18일 KT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른 최원태는 5월30일 SSG전까지 3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이뤘다.

임찬규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경기에 앞서 투구 훈련 중 허리에 불편함을 느꼈고 빠르게 4일 선발 등판 취소를 결정했다. 검진 결과 단순 근육통이지만 최원태처럼 임찬규에게도 부상 회복과 더불어 휴식을 계획했다.

김경태 투수 코치는 지난 3일 “큰 부상은 아니다. 그래도 복귀까지 열흘 이상 본다”며 “임찬규가 최근 정말 잘 던져줬다. 이참에 한 번 휴식 주는 것도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4승으로 토종 최다승을 올린 임찬규다. 5월 5경기에서 패전 없이 3승을 올렸고 평균자책점도 2.51로 뛰어났다. 3·4월 고전을 뒤로 하고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래서 이탈이 더 아쉬울 수 있으나 결승점은 여름이 아닌 가을임을 되새기며 길게 호흡한다.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에서 부활투를 펼친 케이시 켈리 운영법도 비슷하다. 최전성기 구위를 회복하며 6회까지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고 투구수도 86개에 불과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는데 코칭스태프는 켈리의 의견을 따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코치는 “켈리에게 7회 등판을 묻자 ‘구속이 잘 나와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정말 전력투구했다. 솔직히 좀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도 원하면 7회에 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 감독님과 상의 끝에 6회에서 끊기로 했다. 다음 경기에서도 이렇게 잘 던지는 켈리를 볼 수 있도록 6회까지만 던지기로 결정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에도 LG는 6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1위 SSG와 1.5경기 차이 2위에 자리했다. 1위를 맹목적으로 쫓기보다는 그저 매달 승패 마진 플러스를 목표로 삼았다. 6월까지 LG와 1위 경쟁을 했던 SSG가 부상 변수로 인해 여름에 하향곡선을 그렸는데 LG는 목표대로 꾸준히 승리를 쌓았다.

페넌트레이스는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이다. 7·8월 남들이 지쳐 쓰러질 때 뛰어가면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LG가 그린 청사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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