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창기 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 싸움에 불이 붙었다. 출루 아이콘인 1번 타자를 향해 2번 타자가 경쟁심을 드러낸 후 더 그렇다. 매일 3출루는 기본이 된 LG 테이블세터 홍창기와 문성주다.

숫자만 봐도 입을 다물 수 없다. 8일 기준 홍창기는 출루율 0.473. 문성주는 출루율 0.435다. 팀 내 출루율 1, 2위는 물론 리그 출루율 1,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3년 중 2년 리그 출루율 1위에 올랐던 홍창기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경신할 기세. 문성주는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바라본다.

단순히 볼만 잘 보는 게 아니다. 타율에서 홍창기는 0.332, 문성주는 0.333이다. 타율 부문에서도 둘은 리그 10위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찬스에서 더 강해진다. 득점권 타율에서 문성주는 0.441, 홍창기는 0.410. 박해민이나 신민재가 출루하면 자연스레 다득점 공식이 펼쳐진다.

지난 5일 잠실 키움전에서 문성주는 2안타 2볼넷 4출루 경기를 했다. 경기 후 “이렇게 야구가 잘될 때 창기 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창기 형을 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 좋을 때 창기 형과 맞추려 해야 나중에 안 좋을 때 덜 떨어진다”고 다짐한 바 있다. 다음날부터 치른 3경기에서 홍창기는 출루율 0.667, 문성주는 출루율 0.533을 기록했다.

1, 2번 타순에서 끝나지 않는다. 3번 타순도 폭발한다. 타격 머신 김현수가 정상 가동하면서 3연속경기 타점을 올렸다. 지난 3경기 5타점. 득점권 타율이 5월까지는 0.222였는데 6월부터 0.455다. 출루가 보장된 테이블세터 뒤에 3번 타자도 찬스를 놓치지 않으니 점수가 안 나올 수 없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국 길에서 살이 쏙 빠진 모습으로 타점 먹방을 예고했던 김현수가 최근 약속을 지키고 있다.

기본적인 팀 컬러는 ‘타격’이다. 염경엽 감독 또한 사령탑 부임 시점부터 강한 타격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 끊임없이 역전하는 팀이 됐다. 올시즌 초반에는 기복을 보였는데 5월말부터 톱니바퀴가 맞는다. 최근 15경기 13승 2패. 이 기간 111점을 뽑았다. 경기당 평균 7.4득점으로 웬만해서는 질 수 없는 경기를 한다.

점수를 많이 뽑으면 스킨십도 많아진다. 득점마다 하이파이브 하고 홈런이 터지면 모두가 어깨동무한다. 팀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슬럼프에 빠진 타자도 일어선다. 문보경이 그렇다. 5월 타율 0.171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는데 최근 15경기 타율 0.300로 반등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LG는 지난 7일 개막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불펜에 채워야 할 자리도 많다. 그래도 최근처럼 꾸준히 타격이 터지면 불펜 수급도 순조롭다. 지난해 유영찬 박명근 백승현이 그랬듯 큰 점수차 여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면 성장 속도도 빠르다.

승리하면서 성장하고, 승리하면서 채워 넣는 LG다. 구단 최초 연속 우승으로 향하는 길도 여기에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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